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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기 의미
“이번 주에는 책 한 권도 못 읽어주었네.”
“요즈음 학력 향상이다 뭐다 해서 통 책 읽어줄 마음의 여유도 시간도 없어요.”
“오늘 책을 읽어주는데 분위기가 많이 흐트러져서 책을 읽어주다 말고 화를 내고 말았어요. 너무 우울해요.”
“수일이와 수일이 책 읽어줘 보셨어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요.”

매주 목요일, 어린이도서연구회 어린이책 공부모임에 가면 쉽게 듣는 말들입니다.
책 읽어주기-누가 시키지 않았습니다. 가르쳐야 할 교과목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우리 동화 읽는 선생님들은 책을 못 읽어주면 안타까워하고 읽어주면서 아이들과의 공감이 큰 날은 기뻐합니다. 이렇듯 굳이 학교에서, 글자를 깨우친 어린이들에게 시간을 내어서 책을 읽어주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돌려주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우리들은 책은 좋은 것이라고 믿고 있고, 아이들이 책을 즐겨 읽기를 바랍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어떻게 해서 책을 즐겨 읽게 되는지 그 과정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책이 좋다는 것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서에 교육이라는 말을 덧붙여 책의 내용이 가르칠 수 있는 메시지에 집중하고 온갖 독후활동과 독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 오히려 아이들을 책과 멀어지게도 합니다. 그러나 어린이도서연구회와의 만남을 계기로 직접 어린이책을 읽고 모임 선생님들과 서로의 느낌과 감동을 나누면서 좋은 어린이책을 발견하고 그 감동을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집니다.

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가 하고 반문했을 때 좋은 책을 같이 읽고 그 즐거움을 나누고 또 같이 이야기해 볼 거리를 이렇게 쉽게 다가가게 해주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같이 호흡을 나누고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 김명수
그 동안 읽어준 책을 아이들과 함께 평가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나는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던 책 몇 권을 빼고는 많이 잊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제목만 들어서는 모를 것 같아 다시 한 권 한 권 표지를 보고 어떤 이야기였는지 아이들과 얘기해 보고 평가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나보다도 이야기를 더 잘 기억하고 있었고, 1학기 때보다 더 자유롭게 책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닌가! 순간, 내가 아이들을 잘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제풀에 지쳐 책 읽어주기에 게을리 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가끔 책 읽어주는 게 힘들 때는 이렇게 책 읽어주는 게 아이들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싶을 때도 있었는데 그것도 틀린 생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읽어준 이야기들이 아이들 가슴에 작은 불씨로 남아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고, 삶의 가치를 깨닫고 살아갈 힘이 될 거라는 것을 믿는다. 나는 그 작은 믿음으로 또 다시 새롭게 만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이 되어야지. -조진희
책 읽어주기는 한마디로 ‘책은 좋은 것이다’라고 가르치려고 들지 않고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전해주는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동기를 부여해주고 이것이 점차 발전하여 우리가 독서교육에서 바라는 자발적인 생애의 독자로 나아가도록 해줍니다.
학급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들이 딴 짓을 하고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저절로 힘이 빠집니다. 그럴 때면 과연 내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아이들의 자발적이고 즐거운 책 읽기로 이끌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나 스스로 의심이 들곤 하지요. 그런데 저는 이런 의문에 확실하게 답할 수 있는 소중한 몇 가지 경험을 했습니다.
<수일이와 수일이>-긴 분량의 줄글 책도 거뜬히 읽어내다

어느덧 책 읽어주기가 자리를 잡아 가면 제법 긴 책을 읽어주어도 집중을 잘 하고 듣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그림책보다 매일 조금씩 읽어주는 긴 분량의 책들을 더 좋아하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 매해 아이들이 좋아했던 책 <수일이와 수일이>는 다 읽어주기가 무섭게 우리 반 친구들 손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읽혀집니다. 그리고 이 긴 줄글로 된 책을 저학년 친구들이 도서실에서 빌려 읽어서 부모님과 사서선생님을 놀라게도 합니다. 이렇듯 아이들은 아무리 글씨가 많고 두꺼운 책이라도 선생님이 읽어주시면 겁 없이 쉽게 찾아들고 읽어내고 귀로 들었을 때의 감동을 되새기며 다시 자기만의 이야기로 감동을 이어나갑니다
학교에서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들이 이야기에 빠져 자기 생각과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그동안 제가 놓친 아이의 마음을 읽어내고 또 아이는 자기 마음을 쏟아내는 실마리가 됩니다.
<엄마 마중>과 ○○

그림책으로 나온 <엄마 마중>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책을 다 읽어주고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아가는 과연 엄마를 만났을까?”
아이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그럴싸하게 대면서 ‘만났다’ ‘못 만났다’ 다들 떠들어 댑니다. 그때 ‘조폭’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가 어깃장을 놓으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방해합니다. 다시 그림책 작가는 어떤 상상을 했을까 마지막 뒷장의 그림을 살펴보았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골목길에 엄마의 손을 잡고 돌아가는 아기의 앙증맞은 뒷모습을 숨은 그림 찾기를 해서 찾아냈습니다.
쉬는 시간에 ○○이가 제 옆을 서성입니다. 아까 면박을 준 것이 미안해서 허리를 끌어안고 다시 한 번 물어봅니다.
“아가는 과연 엄마를 만났을까?”
돌아오는 대답에 숨이 헉 막힙니다. 자기는 진짜 엄마를 기다린다고! 그리고 세 살 때 집 나가던 엄마의 모습을 또렷이 하나하나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이를 들러싼 모든 의문이 풀려나가기 시작합니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 내 앞에서 동생을 부탁하며 펑펑 울던 누나, 제때에 학교를 보내지 않는 새엄마, 이들과의 수많은 대화 속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을 ○○이가 쏟아냅니다.
○○이가 3학년이 되었을 때는 매일 저희 교실에 들러서 지극히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다리가 아프면 집까지 선생님차로 데려다 달라고 어리광도 부립니다.
이렇듯 <엄마 마중>은 ○○이와 저를 이어준 고리입니다. 그리고 바랍니다. 힘든 순간을 혼자 이겨내야 할 때 함께 읽은 책들이 ○○이가 자라도록 이끌어주고 힘을 북돋아 주기를 말입니다.

한 나라의 미래는 그 나라 어린이가 어떤 책을 읽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책 읽기가 개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행동양식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교사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책을 읽어주느냐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가치를 바르고 새롭게 보여주는 작은 사람 권정생 선생님을 만나요

저는 매해 권정생 선생님의 책들을 많이 읽어줍니다. 선생님의 책 속에는 한결같이 착하고 서러운 사람들이 나옵니다. 이들은 자기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줍니다. 전쟁과 인간의 끝없는 욕심이 삶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 말해줍니다. 이렇게 값진 책들이 요즈음 아이들 정서와 달라서 읽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더욱 찾아서 읽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아지 똥>부터 시작하여, <황소아저씨> <길아저씨 손아저씨> <하느님의 눈물> <밥데기 죽데> <몽실언니> <랑랑별 때때롱>.
선생님의 작품을 찾아 읽어주면서 어느덧 권정생은 아주 친근한 이름이 되었습니다. 도서실에서 “권정생 글”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제 우리 반 친구들은 얼른 손 내밀어 뽑아 읽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책 속에서 하신 말들을 어린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살면서 바탕으로 삼을 것입니다.

통일안보 글짓기를 책 읽어주기로 대체하다

6월이면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민족공동체나 통일과 관련한 글짓기대회가 열립니다. 공문 내용을 보면 참 어려운 말들이 잔뜩 쓰여 있습니다. 올해는 3학년을 맡은지라 어떻게 아이들에게 통일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6월 초부터 반전 평화 통일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어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런 책들을 읽어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분단에 대한 바른 이해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통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형식적으로 써내는 글짓기보다 들려준 이야기를 토대로 한 줄이라도 마음에 와 닿는 것을 쓰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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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구멍 찾기

장영주

우리 선생님이 어제는 <다람쥐 동산>을 읽어주셨고 오늘은 <고릴라 왕과 대포>라는 책을 읽어주셨다. 나는 특히 어제 읽어주신 <다람쥐 동산>이 기억에 남는다. 똘똘이와 쫑쫑이의 부모님들은 철조망 너머 괴물들이 산다고 하면서 서로 오가지 않고 살았지만 용기 있는 둘이 서로 만나 놀면서 왔다 갔다 하다가, 친구들도 왔다 갔다 하고 어른들도 나중에는 철조망을 걷어내고 함께 살게 되었다. 통일은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텔레비전에서 보면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 마음대로 오가지 못해서 울고불고 난리들인데 그냥 바라만 보면 안 되겠다. 똘똘이처럼 용기를 내서 통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들은 언어기능을 달성시키기 위한 종속적 위치에 있다 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원전을 찾아서 읽어주거나 값어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문학제재는 대체 작품을 찾아 읽어주시곤 합니다. 저도 모임선생님들과 국어과 교과서 재구성을 공부하면서 적합한 문학작품을 찾아 읽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꼭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너무 주제에 치우쳐 어린이문학을 가르치기 위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문학작품은 교육용 텍스트로 사용되리라고 예상하고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문학에 목적을 갖고 접근함은 문학 본래의 본질, 즐거움을 빼앗을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합니다.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뛰어난 문학 감성을 갖고 있음을 느낍니다. 우리 사회가 어린이들을 문학작품을 제대로 읽어내는 진지한 독자로 여기지 않았을 때는, 어린이문학을 말하면서 어린이의 반응은 중요하지 않고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문학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린이 독자의 반응이 중요하게 생각되면서 진정한 어린이문학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엄마까투리>를 읽어주면 어른들은 엄마까투리의 희생에만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지만 꽤 많은 아이들은 새끼들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장함에 관심을 보입니다.
또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들이 어떤 책들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반에는 제가 읽어주는 책들을 적어놓는 ‘책나무’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고 그날 제가 책을 읽어주고 책이름을 열매에 적어둡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자기가 그 책에 대해서 할 말이 있으면 나뭇잎에 한줄 느낌을 써서 붙여둡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쓴 한 줄 느낌쪽지들을 모으고, 좀 더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서 매달 읽어준 책들을 갖고 투표한 것을 정리하고 모임의 교사들과 공유하면 아이들이 바라는 읽어주기에 적합한 책 목록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글 : 김선희_어린이도서연구회 서울경기인천교사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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