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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자연관찰(책)에 대한 생각 2 동동 2012.02.03. 3635

2. 자연을 사랑하고 보호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이란 책을 보았는데, 실제 체험이 없는 상태에서 자연의 소중함과 자연 보호의
필요성을 알려 주었을 때 아이들이 자연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연은 보호의 대상이니까 해칠까 두려워 가까이 가지 않으려 한다는 겁니다. 
자연을 한 번도 자기 경험의 일부로, 보고 만지고 잡아먹고 붙잡을 수 있는 대상으로
느껴 보지 못한 아이에게 자연 사랑이나 환경 보전은 도덕 교과서에나 나오는 관념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꽃을 꺾거나 나뭇잎을 뜯으려 할 때, 나비나 잠자리를 잡으려 할 때 어른들이 제지하는 걸 종종 봅니다.
아이는 부주의하고 뜻 없이 하는 행동 같아도 보통은 저절로 만지고 싶어져서, 호기심 때문에 그러는 걸 겁니다. 
그런데 저는 곤충 한 마리 잡아 보지 않은 아이가 그 생명의 실체를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만지고 손에 쥐었을 때의 감촉과 온도, 낯설면서도 나와는 다른 생명체로 살아 있음이 분명한 느낌을
아이들은 기억할 겁니다. 
어른인 저도 만지고 싶고 잡아 보고 싶은데, 호기심 많고 흥미로운 일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아이들한테
자연은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고 무조건 귀히 여겨야 하는 대상이라고 가르치는 것은
올바르지도 않고 아이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일부러 동물을 죽이는 것은 권할 만하지 않지만, 죽일까 봐 아이에게 만지거나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이가
생물을 알아 가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죽은 동물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아이 눈을 가릴 때
아이는 그만큼 자연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솔방울이나 매미 허물을 무서워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조심스럽고 예민한 아이들은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도 찬찬히 지속적으로 시간을 갖고 온 감각을 발휘하여 자연을 만나게 도와주면 얼마든지
자연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즐기게 됩니다.
갯벌에서 게와 조개와 도요새와 조개 캐는 어촌 사람들과 어울려 보지 않은 아이가
갯벌의 소중함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새만금 갯벌 매립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은 사람들이 갯벌을 진실로 사랑하지 않아서입니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 자기 지역의 자연을 지키는 사람들 중에는 사냥꾼 출신이 꽤 있습니다.
그들은 자기가 잡아 죽인 동물을 잘 알고 사랑했기 때문에 그 동물을 더는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분노를 느낍니다.
갯벌에서 게 잡고 조개 잡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어부들보다 새만금 매립에 더 분노합니다.
자연을 잘 모르고 두려움이 많은 사람들이 자연이 파괴되는 것에 마음 아파 하는 것을 볼 때가 많습니다.
사람은 자연을 떠날 수 없고 자연은 누구에게나 황홀한 경관을 보여 주기 때문에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진실로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에는 교육이나 어떤 목적이 끼어들지 않은 개인의 직접 체험,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체험이 필요합니다.
수컷을 잡아먹는 암컷 사마귀가 사마귀에 대한 인상의 전부여서는 곤란합니다.
갯벌은 소중한 곳이라는 게 갯벌에 대한 생각의 전부여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에게 자연관찰과 체험은 편견과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어야지 다른 생명체에 대한 공포와
자연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 줘서는 안 됩니다.
 
3. 자연관찰책은 다른 과학책보다 접근하기 쉽다.
 
자연관찰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대부분 실제 감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물리학이나 화학보다 쉬워 보입니다. 실제로도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아이들도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자연관찰이 포함하는 학문들, 생태학, 분류학 따위는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해 온 살아 있는 생명체를
다루기 때문에 무척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굉장히 어렵고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통계를 내고 분석을 하여 결론을 끌어내기도 까다롭습니다.
자연관찰책에서는 대부분 어떤 표준화된 지식을 바탕으로 설명을 합니다.
그런데 책에 나와 있는 대로 생물들이 살아갈까요?
예를 들어 포유류의 겨울잠, 철새의 이동 같은 항목들이 있는데, 
겨울잠을 자는 포유류가 조건이 맞지 않을 때 겨울잠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철새가 텃새가 되기도 하며 길을 잃고 엉뚱한 나라에 가기도 합니다.
실제로 생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누구도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 자연입니다.
저는 어른이 되어 자연관찰이라는 걸 처음 하기 시작했는데, 제가 실제로 보고 겪은 적이 없이 책에서 보아 아는 것은
제가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가 않습니다. 제가 눈으로 본 것마저도 얼마나 일반적인 사실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해져서 확실히 대답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졌습니다.
기껏해야 이미 분류학자들이 밝혀 내어 붙인 생물의 이름을 알려 주는 것 말고는
확실하다고 믿는 것이 별로 없게 되었습니다.  
자연이란 너무도 복잡하고 변수가 많으며 인간이 밝혀 낸 것보다 밝혀내지 못한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지요.
엄청난 집중력과 오랜 관찰을 바탕으로 쓴 파브르 곤충기도 지금 보면 틀린 지식이 있습니다.
지식은 언제나 불완전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모든 과학책이 그렇지만, 자연관찰책에서 정말 배워야 할 것은 이름이나 지식이 아니라 
과학의 정신이고 관찰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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