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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상품평] 차일드애플은 명성만큼 대단한가 외야수 2011.09.07. 6274

(주)한국슈타이너의 <차일드애플>은 2005년에 첨 나왔습니다.
해마다 부분 교체하였고 개정판을 내지는 않았고요. 저는 2009년 판, 70권을 보았어요. 
출판사는 0~7세로 소개했는데, 전집판매 온라인서점은 3-5세로 한 데도 있고요.
엄마들 사이에선 2~3세 용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때 사서 읽히기 시작한다는 뜻 같아요.
차일드애플은 토들피카소처럼 연령폭이 넓게 잡히지 않아요.
저는 만 4세부터가 좋을 거라고 보았습니다. 글이 많지 않고 어려운 표현은 별로 없지만
본격적인 스토리여서 그 아래로 내려가긴 어려울 듯해요. 
책에 나오는 아이들 생활이 그 또래나 되어야 경험하는 것들이고요.
 
판형은 모두 같고, 겉으로 보는 인상도 비슷비슷해 보여요. 
대부분 밝고 환한 색을 많이 썼고, 가볍게 만화스타일로 그린 그림이 많은 것도 특징이고요.
이야기는 다양했어요. 상상적인 이야기도 있고, 아이들 생활 담은 거도 있고.
대단한 작품은 없는 것도 특징이에요. 독창적인 화풍도 안 보이고, 
찐하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도 없고, 이 작가 아니면 이런 얘기 못 만나겠다 그런 건 안 보였어요.
대체로 재미있는데, 뛰어난 것은 없었습니다. 
수박 밭에서, 아기 쥐와 두더지의 소풍, 많이 늦어졌지만, 이 세 작품이 그중 좋았어요.
이것들도 그림이 아주 소박한 수준이어서 외국으로 소개될 만한 수준은 못되고요. 
그림 그린이와 글쓴이를 조사해봤는데 우리나라에 알려진 작가는 별로 없고
알려진 작가들 것도 <차일드 애플>에 있는 건 대표작 수준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차일드애플이 연령폭이 일정하고, 작품 수준도 엇비슷하고, 뛰어난 일급 작품이 없는 까닭은
원래 이 책들이 대중적인 수준의 시리즈물이기 때문입니다.
70권이 모두 일본 차일드혼 출판사에서 수입한 것인데요 
차일드혼 출판사는 월간 보육그림책 출판과 보육교재, 용품을 개발하는 회사예요.
일본 전역에 영업점을 두고 직판방식으로 유치원과 보육원(우리의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에 보급하는..
월간 그림책을 16종류 내고 있는데 그 가운데 4종류가 ‘이야기 그림책’이라 해서
0~2세, 2~3세, 4~5세로 구분하여 냅니다. 그 한 시리즈 이름이 ‘차일드북 애플’이니까
<차일드애플>이란 이름도 거기서 온 거지요.
 
차일드혼 출판사의 월간그림책은 풀과 스테플러로 간단히 제본한 소프트커버 책이고요
350엔~370엔의 부담 없는 가격이랍니다. 책 사는 돈은 부모들이 유치원과 보육원에 내는 보육비에 포함돼 있고
아이들 나이 따라서 다달이 받아보게 돼 있대요.
일본 그림책을 대표하는 후쿠인칸 출판사가 이 월간그림책 방식을 앞서서 했고
월간으로 낸 책에서 일부는 나중에 양장본으로 찍어서 서점 판매를 합니다.
후쿠인칸 사는 주력이 창작이라면 차일드혼 사는 교재 출판 중심이어서
작가를 배출하고 창작을 선도하는 몫은 차일드혼 사의 역할은 아닌 것 같아요.  
대중물 보급, 대중적인 수요에 맞춰 공급하는 일을 하는 쪽이지요.
 
유치원과 보육원에 월간으로 여러 시리즈를 보급할 만큼의 창작 물량이 나온다는 건
여러 모로 일본 그림책 발달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출판 역량도 그렇고, 독서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인식 면에서도요.
대중적인 저변이 그만큼 넓다는 거겠지요.
일본 아이들이 어렸을 때 외국 책 별로 안 보고 자란다는 말도 그런 배경이 있는 것입니다.
야튼 <차일드애플>은 일본 그림책의 대중물이다, 그렇게 생각됩니다.
 
대중물은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는 점이 한 가지 특성이고요
또 그 나라 주류 문화와 잘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굵직한 갈등이 없어도 작은 실마리를 재미있게 전개시킨다거나
만화식으로 사건 묘사를 좀더 촘촘하게 끌고 간다거나 하는 것들이 
일본 이야기문학의 장기와 통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전체로는 빈약한 이야기여도
자그만 재미를 느낄 대목들은 여기저기 보였어요.
하지만 스토리가 제대로 안 짜여진 허술한 작품이 절반도 넘었습니다. 
 
이런 건 우리 아이들이 잘 이해하기 힘들겠다 싶은 것도 있었어요.
<칙칙폭폭 기차놀이>에서 진짜 역장이 점심도시락을 먹는 사이에
아기 여우가  둔갑을 해서 역장 노릇을 하고 친구들과 놀아요. 참 재밌는 얘기지요.
그런데 아기 여우의 둔갑이란 게 마지막에 살짝 나와요. 일본 전통 문화에서는
여우가 우리나라 호랑이만큼 중요해서 현대물에도 많이 나오니까
여우가 사람으로 둔갑해 곧잘 나타난다는 걸 애니메이션에서 봐서 잘 알지도 몰라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살짝 힌트가 나온 것만 같고는 어리둥절할 거 같습니다.
<요술 색연필>은 여우와 너구리의 둔갑시합이 현대 배경으로 나온 건데
여기도 책에 나온 것만으로는 따라가기가 힘들었어요.
<도시락이 어디 갔지>는 코끼리, 여우, 토끼, 다람쥐가 소풍 가서 도시락을 자랑하는 내용이에요.
도시락을 꾸미는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익숙한 소재고 특별한 행동이 아닐 수 있는데
저는 인물들 행동이 잘 공감이 안 됐어요. 별걸 다 자랑한다 싶은..  
또 일본의 설 풍경에서는 그들의 민속이 드러나지요. 가래떡이 나오면 우리 아이가
동네에서 볼 수 있고 아는 척도 할 텐데, 여기선 볼 수 없는 떡이거든요.  
이 책을 볼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이렇게 한다,
이런 설명을 해가며 이야기책을 읽는 것은 좀 그렇지요. 
 
만약 이 책들을 단행본으로 수입한다 하면, 출판사도, 번역자도,
이런 점들을 한 번 더 생각하고 결론을 내릴 것입니다. 
 
제작에서 눈에 띈 것
-번역자 이름이 한 권도 밝혀져 있지 않다.
-책마다 4쪽 분량의 부록페이지가 붙어 있다.
‘쑥쑥 자라요!’(1쪽)-책 내용, 어린이가 책에서 무엇을 읽었을 거라는 말,
부모가 아이와 나누어볼 만한 생각거리. 양육에 대한 짤막한 안내글.
‘와글와글 놀이터’(2쪽 펼침)-책에 나온 인물, 관련 소재로 아이와 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 풀이.
짝짓기, 미로찾기, 수세기 등등.
‘정말 궁금해요!’(1쪽)-동물이나 다른 제재를 사진 서너 컷과 설명글로 보여 준다.
 
차일드혼 출판사에 문의하니, 원서에는 없는 내용이랍니다.
제가 처음에 착각을 했는데 본문에 나온 캐릭터를 등장시켜서 부록페이지를 만들어서 
원래 있는 건 줄 알았어요. 월간 그림책을 내는 일본의 출판사 두 곳에 물었는데
이야기는 이야기로 즐기는 것이 좋다, 학습이나 활동을 덧붙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하더군요.
그러니까 일본에서는 그런 게 작품에 흠이 된다고 여기는 분위기 같습니다.
또 차일드혼 출판사의 한 분 말씀이 
"한국의 출판사에서 등장인물들을 써서 학습부분을 만들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그림이나 이야기를 만든 저자들의 허락을 일일이 받은 일이 있다."
그럽니다. 
다른 데 알아봤더니, 원래 작가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안 받고 부록페이지를 넣어서
차일드혼 출판사가 항의를 했는데, 책이 워낙 잘 팔려서 인세 수입이 크니까 허락을 해주는 쪽으로
결론을 낸 것 같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저도 로얄티가 얼마나 나갈까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본 게 2009년 판인데요 책에 그것이 정확하게 적혀 있는 것은 70권 가운데 한 권뿐이었어요.
1권에만 “1쇄 2005년 1월 10일, 15쇄 인쇄일 2009년 7월 10일”이라고 초판 발행일과 인쇄일이 적혀 있었습니다.
나머지 69권에는 인쇄한 날조차 기록돼 있지 않아요. 왜 이렇게 하였는가 궁금했습니다.
한국슈타이너 홈페이지의 회사연혁을 보면 ‘2005년 차일드 애플’ ‘2006년 차일드 애플’
‘2009년 차일드 애플’이라고 적혀 있는데, 회사에 물으니 정식 개정판이 나온 적은 없고
모두 부분 교체라고 합니다.
인터넷서점에 가보니까 ‘신판’ ‘구판’, 몇년판 바뀐 내용..이런 게 있습니다.
부분 교체가 해마다 있는데 전년에 찍은 재고물량이 남아 있을 거고 그것을 신판으로 구성해서
내보내야 해서 각 권마다 찍은날을 밝혀놓지 않은 게 아닌가 추측해 보았습니다.
혹시 해마다 가격 변동도 있었다고 하면 이건 좀 자세히 알아볼 일이 아닌가 생각돼요.
 
외국의 가장 발달한 문화를 수입해서 아이들한테 주는 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대중물을 수입하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예요. 또 70권짜리 전집이란 건
어느 아이에게는 한두 해 동안 읽을 대부분의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웅진의 <마술피리그림책꼬마>도 그렇고, 이 <차일드애플>도 그렇고
일본 수입물이 인기가 있다고 하니, 이런 식의 시리즈물 수입이 늘어난 것 같아요.
(주)한국헤밍웨이의 ‘인성교육동화’(68권)는 일본에서 교재 출판을 주로 하는 스즈키출판사에서 전질을 들여왔고,
(주)한국차일드아카데미의 ‘명품꼬마생활동화’(2008년 출시)도
전체 65권 중 스즈키출판사의 책이 40권이 넘었어요.
(주)푸름이닷컴의 ‘푸름이짝짜꿍그림책’(30권, 2007년), ‘푸름이달님그림책’(40권, 2009년),
‘푸름이까꿍그림책’(40권, 2009년) 들도, 차일드혼, 프뢰벨칸, 스즈키출판사 같은
월간그림책과 교재 출판을 주로 하는 출판사의 책들로 구성되었다고 합니다. 
 
어느 나라나 아이들이 예술적으로 수준 높은 책만 보고 자라지는 않아요.
미국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보는 게 디즈니 그림책일 수도 있고
일본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보는 게 이런 월간그림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 나라에서 자라나 생활할 아이들한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이 미국의 대중물, 일본의 대중물을 보고 자란다는 건
걱정스런 일입니다. 
 
버드나무 11/09/08 08:06 수정 삭제
우리나라 아이들이 미국이나 일본의 대중물을 보고 자란다니..정말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그쵸? 어른들의 책읽기가 제대로 안된 경우가 많으니, 아이들에게 이런 전집류를 사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네요. 우리 아이가 읽을 책인데 어른이 꼼꼼이 보고 좋은 책을 사주려는 노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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