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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어린이책을 고르는 간단한 질문 춤추는돌멩이 2012.04.23. 7617


1. 어른인 나는 다 아는 내용이고 하나도 새롭지 않다.-> X 
 
2. 실제적인 목표를 지향하는 책인가? 학습 효과, 도덕과 가치 전달 등을 내세우고 있나?->X
 
3. 이 책을 읽으면 재미있을 거야, 책이란 게 재밌다고 생각할 거야.->O
 
                                 *             *               * 
 
어린이책을 고르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는데
좋은 책을 소개할 수는 있어도 방법을 가르칠 도리는 없다.
방법으로 말해줄 수 있는 건 대부분, 피해야 할 책의 특징이다.
좋은 책은 무한히 다양하고, 피해야 할 책들은 고정된 특징을 갖기 쉬워서 그렇다.
많은 어른이 피해야 할 책들에 넘어가는데, 어른이 고르는 기준에 맞춰서 만든 책들이 주로 피할 책이다.  
참 곤란한 일이다.
 
                                *             *               *  
                              
 
(저렇게 팁같이 생긴 건 해설을 하지 않아야 더 그럴 듯하지만
저렇게만 말하면 의문만 일으킬 거 같아서 해설을 달아야겠다.)
 
어른은 어린이보다 경험과 지식이 적다. 어른이 아는 걸 어린이한테 알려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어른은 가르칠 의무가 있고, 어린이는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생활에서도 이런 믿음은 어른의 일방적인 생각이기 쉽다.
그건 차치하고, 책이란 가르치는 수단이 아니라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무언가 배울 거리가 책에 있다면, 새롭게 느껴지고 그래서 즐거워야 한다. 그게 좋은 책이다.
 
우리한테는 뻔한 내용도 어린이는 모르던 것이니 새로울 거라고 생각한다.
전혀 아니다.  
내게 하나라도 새로운 게 없는 책이 어린이에게는 좋은 책이었던 적은 없다.
어린이에게 좋은 책은 내게도 새로웠다. 알던 내용이라도 새로운 각도에서 보든지,
새로운 표현으로 되든지, 그 저자만이, 그 책만이 주는 새로움이 있다.
어린이가 저절로 지니고 있는 지각과 감정은 우리보다 훨씬 민감한데 
하물며 나한테 새로운 게 하나도 없는 책이라면 어린이한테 줄 이유가 없다.  
 
문학과 예술은 실제적인 목표에서 거리를 둘 때 생긴다.
더군다나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목표는 일상에서 어린이들에게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주어지고 있다.
그런 목표는 대부분 어른이 원하는 것을 따르도록 요구한 것이다.
책에서 어른의 의도와 교훈을 느낄 때, 어린이의 마음이 책에서 떠난다는 걸 어른은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어린이가 반발하고 도망 가지 않으면 계속해서 요구한다. 심지어 반발해도 요구한다.
어린이가 자기한테 필요한 것, 좋은 것을 모른다는 식의 엉터리생각을 고집하고 밀어부친다.

책을 자기한테 억지로 읽게 하는 걸 용납할 어른이 세상에 있을까.
책을 읽는 건 전적으로 읽는 이의 자유라는 믿음은 어린이한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까.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마음과 정신을 기꺼이 열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책,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책을 고르는 일은 우리가 할 일이다.
할 일을 안 하고 자발적인 배움과 감동을 요구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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