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에서 만든 ‘호야토야’ 옛날이야기그림책전집은 두 가지예요.
‘호야토야1’(이하 호야1로)은 2000년에 출시했고, ‘호야토야2’(이하 호야2로)는 2005년에 출시했고, 구성은 본책 50종, 가격 40만원, 5~13세 대상은 두 전집이 같아요.
두 전집 합해서 100권의 그림책을 보았는데 명성에 비해 재미나게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 놀라웠어요.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 별로 없는 전집을 왜 많은 돈을 들여서 살까 안타까웠고 한두 권이라도 좋은 옛날이야기그림책을 읽고 읽고 또 읽으면 좋을텐데 생각했어요.
1.작가중복 - 호야 1, 2는 다른 전집에 비해 글작가의 중복비율이 높았어요. 50종 가운데 호야1은 47종이 겹쳤고, 호야2는 40종이 겹쳐있어요. 두 종이나 세 종씩 작업한 작가들이 많다는 거예요. 이게 왜 문제냐면 전집은 50종이 똑같이 마무리되어 한꺼번에 나와야하잖아요. 그래서 작가가 글을 언제까지 마무리해서 넘겨야 할 때가 있는데 세 종을 맡았다면 아무래도 한 권 한 권 이야기의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전집 시스템이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되겠지요.
2.작품중복 - 호야 1, 2에 다른 전집하고 겹치는 이야기들이 호야 1에는 31종(62%), 호야 2에는 10종이에요. 대개 옛날이야기그림책 전집들이 이야기를 선택할 때 많이 알려진 인기있는 이야기들은 전집 속에 집어넣기 때문에 작품 중복이 상당수 있는 편이더군요. 호야1은 웬만한 수준이고 호야2가 다른 전집에서는 다루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를 많이 시도했다고 볼 수 있는데 새롭게 시도한 이야기들이 대개는 작품의 질이 떨어졌어요. 새로운 이야기의 시도는 의미있다고 보지만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새로운 이야기라면 곤란하지 않나 싶어요.
3.교훈이 강하고 사건이 없는 이야기들 - 옛날이야기는 중심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라서 다른 창작보다 만들기 쉽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아요.
옛날이야기의 특징은 같은 콩쥐팥쥐라도 어떻게 들려주는가에 따라서 아주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이에요. 어떤 화소를 넣느냐 뺐느냐에 따라 인물상이나 사건의 모습이 엄청 달라지는 것은 신기하기만 해요. 그러면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도 들려주는 사람의 진실이 담겨있다면 아주 다양한 대상의 아주 다양한 빛깔의 재미난 이야기가 된다는 점이 또 신기하죠.
그래서 콩쥐팥쥐 그림책이 여기저기에서 나와도 또 나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만큼 글작가나 그림작가가 이야기를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들려줄까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분명해요. 이야기에 대한 탐구 없이 작업을 한다면 줄거리 요약이 돼고 독자의 마음은 전혀 움직이지 않게 돼지요. 남는 것은 어떤 이야기나 비슷비슷한 느낌, 강한 교훈성 뭐 이런 거 같아요. 호야에 그런 현상이 심해요.
호야 1, 14번 <멍청각시와 가난신랑>은 너무 멍청해서 멍청각시, 너무 가난해서 가난신랑이라고 불리던 남자와 여자가 결혼해서 부지런히 일해서 아무도 멍청각시와 가난신랑이라고 부르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예요. 사건다운 사건이 없어요. 그러니까 설명이 많아지고 이야기가 맥이 빠지고 전혀 호기심이 생기지 않아요. 옛날이야기의 큰 즐거움은 극적인 이야기전개에 있는데 이야기에 대한 흥미가 전혀 생기지 않는 것이 어찌 옛날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알 수 없어요. 이야기를 설명하는 식의 그림들만 나열되어 있어 그림에 대한 아쉬움도 커요.
호야를 통해서 옛날이야기를 처음 대하는 아이들은 옛날이야기가 얼마나 시시할까 슬펐어요. 옛날이야기는 제가 몇 년을 보았어도 모르고 모르는 게 많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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