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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 집 무허가지?"
한 반 친구 말에 개미마을 아이들은 작은 가슴이 더욱 움츠러듭니다.

송파구 문정 2동 개미마을에 사는 100여 세대 400여 주민은 십 년 넘게 집에서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주소가 없는 까닭입니다.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때 미관상 이유로 강제 철거를 당하여 여기까지 왔고, 그린벨트 지역이라 집다운 집을 지을 수도 없어서 농막으로 설치된 비닐하우스 안을 주거용으로 고쳐서 살고 있어요. 먹을 수 없는 시뻘건 지하수를 끌어 쓰던 것이 바로 몇 달 전에야 수도가 들어왔고, 아직도 재래식 공동화장실을 쓴답니다. 전화가 들어온 것이 한 달 전이니 그 생활이 어땠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요.

어른들은 가까운 가락시장으로 하루 일거리를 찾아 온종일 종종걸음을 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도 못 먹고 잠든 자식들을 보고 또 가슴이 무너집니다.

"제일 어렵고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의 문제였습니다. 어떻게든 벌어서 이 곳을 탈피해야겠다고 맞벌이를 하는 가정들. 그러다 보면 아이들만 남겨지는 집. 고아 아닌 고아처럼 지내야 하는 아이들.…형편이 어려워 유아원이나 학원을 보낼 수도 없고 나름대로 놀다가 엄마가 오기 전에 쓰러져 잠이 들어버린 아이들…저녁은 굶기가 일쑤였고요."(개미마을 최상순)

그래서 뜻있는 어른들이 힘을 모아 꿈나무 학교를 열었답니다. 역시 무허가 동네에 무허가로 지어진 학교지요.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공부를 거들어 주고, 특별 활동과 각종 견학으로 모자란 배움의 욕구를 채워 주고, 또 간식과 저녁도 정성으로 챙겨 주십니다. 아이들 스스로 소외를 딛고 꿈을 키워 가는 게 선생님들의 꿈이요 자랑이지요.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가난한 이들을 얕보고 괴롭히는 게 우리 현실이지요. 그래도 아이들은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아동기는 하늘이 주신 축복의 시기요, 어린이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 인류의 희망이라 하는가 봅니다. 아이들의 꿈이 시들지 않게, 청소년기에 자포자기하지 않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좋은 어린이 책으로 이 아이들에게 이웃의 사랑을 전합시다.
저는 중국 흑룡강성 치치하얼시의 중한합자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덕원입니다.

현재 중국 실정에서 연변지구에는 조선족이 밀집해 있어 학생들이 우리말을 듣고, 우리말을 하고,우리말로 문장을 쓰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저의 집 학생처럼 시내에 산거해 있는 학생들은 우리말 언어 환경이 없어 비록 우리글 교과서를 정확히 읽기는 하지만 무슨 뜻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인은 도시에 산재해 있는 조선족 학생들은 집에서도 가장들이 우리말보다 중국말을 많이 사용하고 밖에 나가 친구들과 논다든가, TV를 시청한다 해도 모두 중국말이기에 언어 환경이 없는 것이 문제로 되고 있지요.

그리고 서점에서는 우리말로 된 재미있는 어린이 도서는커녕, 우리말로 된 아무른 도서도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비록 학교를 통해 연변에서 출판하는 중국 조선족소년보, 아동세계(잡지) 등을 주문해서 보기는 하지만 내용이 단조롭고 해서 학생이 흥취를 가지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사실은 저도 한국을 두 번이나 다녀왔지만 한국의 책들은 내용이 풍부하고 형식이 다채롭기는 하지만 저와 같은 중국의 봉급 생활하는 형편에서 직접 구입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서 매번 1, 2권밖에 사 오지 못하였습니다.

어린이도서연구회의 회원들이나 어린이들이 읽고 난 책들(혹은 어린이 노래 테이프, 이야기 녹음테이프, 교과서)을 보내 주시면 제가 책임지고 이런 책들을 필요로 하는 학교에 전달해 드려 여러분의 본의를 저버리지 않고 꼭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000년 1월 5일
중국 대전집단 총재사무실 신덕원
안녕하세요? 인사가 너무 늦어 죄송하단 말씀 먼저 드려야겠군요.

2월 중순쯤에야 저희대로 뜻이모아졌고요, 그러다 신 선생님께서 3월이 오기 전에 한국에 들어오신단 소식을 듣고 내처 기다리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무심한 사람들이라 벌써 실망하먼먼 이국땅에서 그렇게 잘나지도 못한 저희 단체에 편지를 보내주셔서 저희 모두 반가워하였습니다.

저희 회원 대다수가 가정주부여서, 선생님께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고 안타까워하시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비록 저희 힘이 대단하는 않지만 주변 이웃들에게도 좋은 뜻을 알리고 도움을 얻어서 선생님을 도와 드리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가까운 시일에 한국에 들어오신다면 직접 뵙고 그곳 이야기를 듣고 싶고요, 아니라면 글로나마 선생님께서 이곳 책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실지 알고 싶습니다.

얼마 되지 않지만 책을 조금 모아놓았는데 배편으로 보내야 할지 어떨지 모르겠군요. 지금 있는 책은 100권도 채 안 되는 분량이라 도움이 되실지 잘 모르겠고요.

중국에 들어가도 선생님께서 우편물을 찾으시자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닐 테지요? 드나드는 사람 편에 보내고 받으면 가장 좋을 것 같기도 한데요. 선생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건강하시고, 또 연락 주세요.


2000년 2월 28일
(사)어린이도서연구회
미아리 대지극장 앞에서 돌산종점에 가는 마을버스 7번을 타고 종점까지 갑니다. 삼양네거리 지나 주택가를 구불구불 돌다가 기울기가 30도는 됨직한 가파른 시멘트 길을 올라가면 미아 6동 돌산마을이 나옵니다.

'돌산마을.' 정감 어린 동네일 것 같지요? 천만에요.

아파트 기초를 다지느라 공사차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오고가는 넓다란 공사장 한 켠으로, 컨테이너 박스를 두 단씩 쌓아 놓은 듯한 가건물 세 채가 있는데, 이 가건물이 바로 돌산마을 55가구가 사는 뎁니다.

건물 둘레로는 나무 한 그루, 풀한 포기 자랄 수 없는 시멘트 돌바닥뿐입니다.

돌산마을 식구들이 살던 집을 철거당하고 이른바 '가이주 단지' 생활을 시작한 게 벌써 만 2년이 됐다는군요.

"그래도 옛날보다야 많이 좋아졌죠. 입식 부엌에 수세식 화장실이고, 안에만 보면 아파트랑 별다르지 않으니까요."

돌산공부방 손영익 선생님은 가이주 단지 위쪽을 가리키며 거기 있던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말해 주십니다. 선생님 집은 마을 한참 아래에 있고요. 철거가 진행되기 전부터 이곳과 인연을 맺어 가이주 단지까지 따라온 거래요. 없는 사람끼리 고운정 미운정을 쌓고 살아왔는데 철거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가슴이 아프다고 그러셔요.

"세입자들도 집세 걱정은 없는 가이주 단지에서 4년만 견디면 신축 임대아파트에 들어가게 되지요. 그나마도 많이 나아진 거 아니겠어요. 그런데 이곳 사는 분들 생활이……겉보기엔 괜찮게 사는 거 같은데 알고 보면 벌이가 없어요. 일거리가 없어 할머니, 아버지가 집안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 집도 많고요."

선생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아이들이 들락거리며 뭔가를 자꾸 들이밉니다. 한 남자애가 도화지를 내밀며 볼을 빨갛게 색칠한 사람이 지금 여자(글쓴이)랑 만나는 선생님이라고 피식피식 웃네요. 아이들 얼굴은 해맑기만 해요.

"중학교 고등학교 들어가서 학교 그만 두는 아이들이 많아요. 사는 데 의욕이 없고……."

그 애들이 의욕이 없는 게 어찌 그 애들 탓이겠어요?
무엇보다 한 동네 형, 누나들이 학교를 때려치우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걸 보는 어린아이들은 자기 앞날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답답해집니다.

아이들의 맑은 웃음에서 세상의 근심에 매이지 않는 아이다운 평화를 봅니다. 이 얼굴들에도 언젠가, 씻기지 않는 그늘이 드리울까요?

버스 타고 돌아오는 길, 미아리 유흥가의 현란한 네온사인이 시야를 가득 채웁니다.
지하철 8호선 문정역에 내려서 문정자동차학원 쪽으로 나오면 비닐하우스들이 수도 없이 늘어서 있는 게 보입니다. 꽃이며 상추 따위를 기르는 곳이지요.

너른 찻길 건너로는 고층 아파트 단지(훼미리아파트)가 있는데, 시야를 가리는 높은 건물이 없는 이쪽 편 풍경과 대조되어 더욱 높아 보이지요.

자동차학원 마당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 차 한 대 들어갈 너비의 흙길을 한 200미터쯤 걸어가면 오른쪽으로 까만 비닐망(햇빛차단망)을 뒤집어 쓴 하우스들이 나옵니다. 그 중 처음에 눈에 들어오는 비닐집에 '꿈나무학교'란 팻말이 붙어 있어요. 여기가 개미마을에 사는 어린 꿈나무들이 학교 갔다 돌아와 마음껏 뛰놀며 꿈을 키우는 꿈나무학교랍니다.

꿈나무학교 옆으로 죽 늘어선 하우스에 100여 세대가 살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개미마을입니다.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때 미관상 이유로 강제 철거를 당하여 여기까지 왔고, 그린벨트 지역이라 집다운 집을 지을 수도 없어서 농막으로 설치된 비닐하우스 안을 주거용으로 고쳐서 살고 있답니다.

꿈나무 아이들을 제 자식마냥 보듬고 사랑을 쏟는 분은 유은하 선생님이세요. 제가 찾아가니 선생님들끼리 회의도 하면서, 아이들 간식으로 먹을 떡볶이를 준비하느라 바쁘셨어요. 선생님을 따라 한 집을 찾아들었어요. 조금 높은 둔덕에 허름한 공동화장실하고, 하우스 둘레를 빙 돌아 파놓은 물길을 따라 흐르는 시궁물이 눈에 들어왔어요. 하우스단지는 도로보다 훨씬 낮은 지역이라 여름에 물난리는 또 오죽 하랴 짐작이 되더군요.

"할머니, 집에 계세요?"

하우스 문을 밀고 들어서니 부엌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방이 두 개 있습니다. 작은 방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시며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큰 방에 앉으니 장롱이며 텔레비전, 서랍장, 그 위로 차곡차곡 쌓여 있는 아이들 책이 여느 집과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린벨트에 무허가로 하우스를 짓고 사는 생활이 다른 데랑 똑같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개미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십 년 넘게 집에서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주소가 없는 까닭입니다. 먹을 수 없는 시뻘건 지하수를 끌어 쓰던 것이 바로 몇 달 전에야 수도가 들어왔고, 아직도 재래식 공동화장실을 쓴답니다. 전화가 들어온 것이 한 달 전이니 그 생활이 어땠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지요.

주소지가 없어 아는 사람 집에 주민등록을 해 놓으니 아이들 취학통지서도 제 집에서 받지를 못합니다. 그러니 집에서 가까운 학교를 두고 멀리 통학하는 애들도 많고요. 학교에서마저 가난한 애들을 얕보고, 교사라 하는 이들도 이 아이들의 자존심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대하니 상처 받는 일이 하나둘이 아니죠.

"니네 집 무허가지?"
한 반 친구 말에 개미마을 아이들은 작은 가슴이 더욱 움츠러듭니다. 그렇다고 기죽어 있지만은 않아요. 다들 학교 생활 열심히 하고 씩씩하게 뛰어놉니다.

어른들은 가까운 가락시장으로 하루 일거리를 찾아 온종일 종종걸음을 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도 못 먹고 잠든 자식들을 보고 또 가슴이 무너집니다.

"제일 어렵고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 문제였습니다. 어떻게든 벌어서 이 곳을 탈피해야겠다고 맞벌이를 하는 가정들. 그러다 보면 아이들만 남겨지는 집. 고아 아닌 고아처럼 지내야 하는 아이들.…형편이 어려워 유아원이나 학원을 보낼 수도 없고 나름대로 놀다가 엄마가 오기 전에 쓰러져 잠이 들어버린 아이들…저녁은 굶기가 일쑤였고요."(개미마을 최상순)

그래서 뜻있는 어른들이 힘을 모아 꿈나무학교를 열었답니다. 역시 무허가 동네에 무허가로 지어진 학교지요.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공부를 거들어 주고, 특별 활동과 각종 견학으로 모자란 배움의 욕구를 채워 주고, 또 간식과 저녁도 정성으로 챙겨 주십니다. 아이들 스스로 소외를 딛고 꿈을 키워 가는 게 선생님들의 꿈이요 자랑이지요. 다행히 이 곳은 둘레에 유흥가가 많지 않고 어른들이 의욕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여서, 아이들도 씩씩하고 밝아 보였어요.

개미마을에서 훼미리아파트 쪽 학교로 가려면 8차선 찻길을 건너야 해요. 워낙 사고도 많은 곳이고, 아이들이 건너기엔 위험천만한 곳이라 마을 어른들이 모두 불안해 하신대요.

유은하 선생님은 저번에 학부모님들하고 학교 교감 선생님을 만난 김에 녹색어머니회에 교통지도를 부탁 드려봤답니다. 그랬더니 그 교감 선생님이

"아니 이 동네 어머니들더러 그곳 아이들까지 어떻게 챙기라는 얘기요?" 하며 소리를 높였다는군요. 얼굴에 잔뜩 주름을 잡고는 정말 성가신 사람들이네, 하는 투로 말입니다.

유 선생님 얼굴이 많이 붉어졌어요.

서러운 가난과 사회의 냉대를 아이들한테도 겪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이곳 부모들 속마음이 어떨까, 마음이 아팠습니다.
지하철 3호선 금호역에 내려서 마을버스 정류장 나가는 쪽으로 나옵니다. 내리막길로 한참을 내려오면 시내버스들이 오가는 삼거리가 나옵니다. 비좁은 인도, 상점에서 비어져나온 판매대들이 자꾸만 발길에 채이는 길을 끈기를 가지고 한참 내려와야 합니다. 삼거리가 나오면 거기서 길을 건넙니다. 그리고 154번이나 155번, 76번, 아무거나 타고 두 정거장 가서 전에 금호극장 있던 자리에 내립니다. 그러곤 2291-6317이나 019-290-4102로 전화하면 씩씩한 여자분이 나와 주십니다. 바탕그림방의 터줏대감 서동아 선생님입니다.

선생님 뒤를 따라 좌로 돌기, 우로 돌기를 몇 번 하면 '바탕고을'이라는 글자가 적힌 가건물 비슷한 게 나옵니다. 돌산마을 같은 가이주 단지로 규모는 더 작아 보입니다.

"마을이름은 주민들이 지었지요. 사는 데랑 너무 안 어울리죠? 이곳엔 스물다섯 세대가 살고 있어요. 얼마 전 임대아파트로 입주가 시작됐지요. 저희도 이주비 받고 주윗분들 도움 얻어서 그 언저리로 옮깁니다."

임대아파트 규모를 물으니 크다고만 하신다.

"바탕고을 말고도 이런 가이주 단지가 세 군데 더 있어요. 규모가 큰 데는 120세대 넘는 데도 있고. 거기서들 다 이 임대아파트로 들어가는 거예요."

여기도 가이주 단지 생활은 4년 가까이 되었다. 가이주 단지 들어올 때 미아리 돌산도 그렇고, 어떻게 아이들을 위한 자리나마 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주민들이 요구해서 공동으로 쓰는 공간을 마련한 셈이죠. 철거 전에 공부방이 있었고 그런 용도로 이만한 자리를 확보해 둔 모양이에요."
바탕그림방의 사방 벽은 아이들 그림과 만들기 작품으로 가득하다. 서동아 선생님은 1997년 이곳과 인연을 맺고 제일 자신 있는 미술을 가지고 동네 아이들을 맞았다.

"생활지도요? 그런 거 따로 없어요. 좁은 집 안에 아빠를 꽉 차게 그린 애가 있었죠. 아빠한테 속상한 일이 있었더군요. 며칠 뒤엔 화난 마음이 싹 가셔 있더라구요. 마음에 있던 얘기를 그림으로 표현하다 보면 어느새 거기서 벗어나게 되지요."

어른들은 가까운 동대문시장, 청계천 등지에 옷가지를 만들어 납품하는 가내수공업 일을 다닌다.

밤늦도록 일해도 가난한 살림에 시름 없는 때가 잘 없다. 자연 어린 마음에도 쓰리고 아픈 일이 자주 생기기 마련이다. 글보다는 그림이 아이들에게 가깝고 쉽다. 이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러겠지. 그림으로 자기 마음에 맺힌 것들을 풀어내고, 자연스레 아름다움을 아끼고 즐기는 마음도 자랄 테니, 얼마나 좋은가. 그러니 이곳 아이들한테는 바탕그림방이 더없이 귀한 곳이다. 아이들 그림을 보니 마음이 저절로 환해진다.

그런데 이번에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이곳 아이들을 일부러 한 학교에 몰아서 인근 고층 아파트 아이들한테서 따로 떼놓으려 한다는 얘길 들었다. 본디 아이들 마음에는 그런 편가름이 있을 턱이 없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마음이 울적하다.

서동아 선생님 말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

"교육대학 미술교육과 학생들이 자원교사로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교사들이 우리 아이들하고 좋아 죽겠다고 노는 걸 보면 참 보기 좋죠. 교생 실습이요, 공부방에 와야 해요. 이런 아이들 사정을 모르고 마음도 느껴보지 못한 젊은이들이 학교에 가 봐요. 반에 똘똘하고 부모가 잘 챙겨주는 애들 몇한테 얼른 마음이 가겠죠. 끝내 우리 아이들한테는 눈길 한 번 안 주게 되는 거예요. 그럼안 되는 거 아니예요?"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동아 선생님도 미대 나와서 돈 받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오래 했단다. 그러다 이곳에 와서 돈하고 상관 없이 아이들을 만났는데, 그 보람과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하신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지금 자기 처지와는 다른 미래, 둘레의 언니오빠나 엄마아빠가 걸은 길보다 더 밝은 미래를 가꿔 나가길 바란다.

하느님의 사신이 우리 공부방 선생님들을 둘러보고 간다면, 절대 세상을 멸할 생각은 하지 않으시겠지.
신림 7동, 다닥다닥 붙여 지은 키 작은 슬라브집들 사이로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는 동네. 가장 높은 언덕배기에 가난한 교회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낙골공부방이죠.

지난 1989년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답니다. 건물 벽에 아이들과 교사들이 함께 그린 강아지똥이 눈에 들어옵니다. 보잘것없는 존재들이 서로 보듬고 생명을 키우려는 희망이, 정말 필요한 곳이겠죠.

60년대에 큰 물난리가 났을 때 동부이촌동 수재민을 이주시켜 동네를 만든 게 오늘에 이르고 있답니다. 쓰레기트럭에 사람들을 싣고와, 산에 있던 공동묘지를 옮기고 바닥을 다듬어서 횟가루로 바둑판처럼 그렸대요. 한 집당 꼭 8평씩 돌아갔지요. 전에는 2500에서 3000세대 가까이 살았다는데, 그 가운데 500여 세대가 둥지를 버리고 떠나 군데군데 빈집도 많다는 군요.

이곳은 주공이 추진하는 순환식 재개발에 들어가 있습니다. 순환식 재개발용 임대아파트를 지어 일부씩 이주시키는 정책이라고 하네요. 주거기간이 해당 연수에 모자라거나, 이미 다른 지역에서 이주비를 받고 들어온 세대는 제외되는 거고요.

"재개발을 맡은 게 민간업체라면 가이주단지 같은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주공이 하니까, 주공법이니 도시재개발법이니 해서 무조건 합법이라고 밀어부쳐요. 대상자는 1580세대인데, 14평 임대아파트는 500세대한테밖에 안 돌아와요. 나머지는 어쩌라는 건지. 올 6월부터 빈집 우선으로 철거에 들어간답니다."

낙골공부방 이경희 선생님이 한숨을 내쉽니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지키기가 너무 힘들어요. 빈집이 늘면서 애들이 삼삼오오 틀어박혀 나쁜 짓을 하기도 해요. 경찰도 손을 못 쓰고, 주민들하고 저희가 청소년 지킴이로 돌아다녀 보지만, 손이 다 가지 않고, 그 아이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낙골공부방은 낙골교회 사회선교센터에 속해 있습니다. 구립청소년공부방 꿈나무, 주민도서실, 남부야학, 난곡사랑방, 일터나눔운동(일자리 만들기), 사랑의 밥집이 주민들의 생계와 복지를 위해 서로 돕고 있지요. 사랑의 밥집은 여성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고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을 챙기기 위해 만든 기구래요. 동네 아주머니 대여섯 분이 일하면서 지역 공부공부방에 도시락과 먹을거리를대주시고 계십니다. 좀 전에도 자원교사 한 분이 아이들 도시락을 가지러 내려가셨어요.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아요. 하지만 겉장이 반짝반짝한 새 책을 받고 참 기뻐했어요. 우리 교사들이 더 좋아하던 걸요. 좋은 아이들 책을 보면서 너무 감동했어요."

인사를 하고 동네 골목길을 돌아돌아 내려왔어요. 옥상이며 집과 집 사이 틈이며 골목 앞으로 내놓은 스티로폼 상자에까지, 눈길이 닿는 곳마다 주민들이 기르는 푸성귀가 자라고 있었어요.
공부방 명 주 소 연락처 대표자 실무교사 아동
현황
교사수 설립
년도
도서실
현황
1 낙골
공부방
관악구 신림7동 산99-2 18/8 869-9063 김기돈 이경희
- 50
20 89
2 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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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96  
3 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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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89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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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
10 89 어린이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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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탕고을내
2291-6317 서동아 서동아 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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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96  
6 햇살
공부방
금천구 가산동 151-16 867-4216 노창식 임진화
- 20
8 99
7 어깨동무 성동구 성수1가 1동 211-1 464-7469 이춘섭 유정원
- 20
5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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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95  
9 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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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회관3층
886-5838 김재환 좌동혼 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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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95  
10 우리들 성수동 성수2가 1동 655 461-6251 정태효 이수경 초,중
- 30
10 96  
11 우리자리 관악구 신림3동 630-29 837-3903 이미화 이경희 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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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96  
12 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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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우빌딩 5층 강남향린교회
2203-2158 김경호 유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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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99  
13 꾸러기방 광명시 광명7동 722번지 3층 금광어린이집
681-6287 신용술 김영미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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