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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너머] 학생 창작 독립 출판 잡지 〈오삼불고기〉
글쓴이 : 우서희 분류 : 자랑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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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너머


 


학생 창작 독립 출판 잡지 오삼불고기


 


우서희 서울 자운초 교사


 


<오삼불고기>의 탄생


교실에서 하고 싶은 일과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의 비율이 몇 대 몇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학교에서 하고 싶은 일이 2,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8이라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 놀랐다. 억지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후, 독립 출판 잡지 싱클레어 편집장 피터의 글을 읽었다. 우리의 삶은 직업과 작업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생활을 위한 노동은 직업이고, 활력을 위한 활동은 작업이라고 했다.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교실에서 기쁨과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지 자세히 관찰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같이 책을 읽고 책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생각지도 못한 발견을 아이들이 할 때, 아이들이 깊이 있는 생각을 표현할 때, 전율을 느끼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 기록을 남기고자 학급 문집을 시작했다.


학급 문집을 통해 교실에 날아다니는 아이들의 말을 붙잡고, 공책에서 혼자 꼬물거리는 글자에게 읽어 줄 이를 찾아 줄 수 있었다. 이 일은 나에게 작업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A4용지에 아이들의 글을 편집하고, 출력하여 신문 형식으로 각 가정에 보냈다. 그런데 그 종이는 가정 통신문 파일에 끼인 채 빛을 보지도 못하고 가방 속에서 잠만 자고 있었다. 폐휴지 함에서 나뒹굴기도 했다. 들어간 노력에 비해서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는 형식을 찾고 싶었다. 질 좋은 종이에 인쇄되어 총천연색이 반짝거리는 문집을 만들고 싶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작품이 실린 책을 받아들고 뿌듯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고 싶었다. 이렇게 월간 학급 문집 <오삼불고기>가 태어났다.


왜 월간인가?


문집은 보통 1년의 배움을 갈무리하는 의미로 학년 말에 한 권을 만든다. 2011년에 5학년 아이들과 문집을 만들었다. 겨울 방학에 한글 프로그램으로 일일이 타자를 치고 편집해서 만들었다. 선물로 줄 때는 뿌듯하고, 아이들도 좋아했다. 그러나 그 뒤로 학급 문집을 읽을 일이 없었다. 아이들 역시 문집을 자주 읽지 않을 것 같았다. 이왕 만드는 문집, 읽히는 문집을 만들고 싶었다.


문집의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매달 문집을 펴냈다. 현재 쿨북스를 통해서 3,300명의 사람이 오삼불고기를 읽었다. 매호 독자가 누적되며 우리 학교 전교생보다 많은 사람이 오삼불고기의 독자가 되었다.


오삼불고기에 관심을 두는 독자가 많으니 오삼불고기는 우리 반의 미디어 역할을 했다. 아이들은 다음에는 어떤 그림을 그릴지, 이번 호에서는 어떤 내용이 특히 재미있었는지,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은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한 연속 간행물은 독자 의견을 받아 다음 호에 반영하는 형식으로 독자와 소통할 수 있다. 오삼불고기의 맨 뒷장에는 독자 엽서가 있다. 주로 링크와 QR코드를 통해서 엽서를 받았다. 이번 호에서 무엇이 재미있었는지, 제안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지 의견과 개인적인 고민을 받았다. 독자 엽서에서 받은 고민으로 오삼 상담소를 개설할 수 있었다.


이름 정하기


학급 문집 이름은 우리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정했다. 오삼불고기외에도 더하자, 한음, 라온제나와 같은 후보들이 있었다. 이 후보들은 더불어 하나 되는 자주적인 우리, 한 가지 음을 내자, ‘즐거운 나의 순우리말과 같은 훌륭한 뜻을 갖추고 있었다.


원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기나긴 회의 끝에 아이들의 의견은 오삼불고기와 더하자로 좁혀졌다. 대접전이었다. “잡지 이름에 왜 음식 이름이 들어가냐”, “음식 이름이 무엇이 문제냐면서 격렬하게 토론했다. 결국 투표를 해서 딱 한 표 차이로 오삼불고기가 이겼다.


그래도 더하자파는 쉽게 승낙하지 않았다. 아무 뜻도 없는 이름을 우리 반 문집 이름으로 할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사실 이름을 제안한 아이도 맛있는 불고기가 그냥 생각나서 의견을 낸 것이다. 결국 머리를 맞대어 오학년 삼반의 불같고 고마운 기적 같은 이야기로 뜻을 붙였다.


이렇게 치열한 접전 끝에 결정된 이름이니 아이들은 오삼불고기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불만을 품던 아이들도 오삼불고기가 발간되어 나올수록 불만은 사그라들고, 애정은 깊어갔다. 우리 반의 정체성은 오삼불고기가 대표해 주었고, 아이들은 스스로 우리는 오삼불고기라고 했다. 급식에 오삼불고기가 나오는 날이면 인기 폭발이었다.


<오삼불고기> 맛보기


e북 형태로 발간된 <오삼불고기>QR코드로 접속하여 읽을 수 있다. 독자 엽서도 구글 문서를 통해 작성하여 독자의 의견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오삼불고기>의 탄생을 기대하며


<오삼불고기>는 자운초등학교 2018학년도 5학년 3반 아이들과 매달 만든 독립 출판 잡지이다. 2019년에는 독서 동아리 학생들과 새로운 독립 출판 잡지 <왕만두>를 제작하고 있다.


반마다 개성 넘치는 책이 출판되는 교실을 꿈꾼다. 다른 반에서 출판한 책을 서로 바꾸어 읽을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다. 교실에서 출판한 책으로 어린이 작가가 다른 아이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크리라 믿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창작한 작품을 통해 다른 이를 위로하고, 공감하고, 웃겨 주는 또 다른 <오삼불고기>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우서희


서울 자운초등학교 교사.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에서 운영진. 그림책, 동화와 동시로 교과 너머의 삶을 탐구합니다. 그 과정을 학생 창작 독립 출판 잡지로 엮습니다. <오삼불고기>, <왕만두>의 편집장으로 아이들 곁에서 함께 읽고 씁니다.


https://blog.naver.com/w_eter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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