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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책꾸러미] 나, 여기 있어요!
글쓴이 : 최경숙 인천 남동지회 분류 : 내가 만든 책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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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책꾸러미

나, 여기 있어요!
최경숙 인천 남동지회

사람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좋아하는 차를 마시며 책 수다로 이야기꽃을 피우던 시간을 지금은 그리워한다. 평범하다고 생각한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해 준 ‘코로나’ 덕분에 종종 내 삶을 돌아보곤 한다. 내가 관계를 맺으며 마주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마음 다해 대하고 있는지를.
도서관이나 서점을 기웃거리다 내 눈에 들어와 무심히 손에 잡힌 책은 지금 내 마음이 어디에 기울어 있는지 보여준다.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책과는 오랜 시간을 함께하게 된다. 누군가 소개해 주거나 추천해 준 책은 사람도 함께 내 안으로 들어와 오래오래 함께하는 소중한 벗이 된다. 벗이 된 책은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며 잘 살고 있다고 위로해 준다. 책을 함께 읽은 사람과 책 수다를 떠는 시간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책의 겉표지와 제목이 눈에 들어와 즐기고 있는 두 작가가 있다. 바로 요시타케 신스케와 마리 칸스타 욘센이다. 작품이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보지 못한 매력을 딸이 찾기도 한다. 딸과 함께 읽는 책읽기로 작품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어 좋다.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요시타케 신스케의 작품은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 기발한 이야기와 유머로 공감과 위로를 준다. 잠깐의 휴식이 되어 주는 이 작가의 책을 딸도 좋아한다. 책 속 인물의 표정을 흉내내 보기도 하고 그림으로 그려 보기도 하며 아이와 함께 낄낄거리며 웃곤 한다. 딸과 함께 읽으면 책이 주는 기쁨과 감동도 배가 된다. 요즘 이 작가의 매력에 흠뻑 빠져 놀고 있다.


《벗지 말걸 그랬어》
요시타케 신스케 글, 그림 | 유문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
표지부터 웃음을 준다. 목욕하라는 엄마의 말에 혼자 옷을 벗겠다며 고집을 부리다 티셔츠가 목에 걸려 난처한 상황에 빠진 아이가 상상을 펼친다. 아이는 옷을 벗지 못한 채 어른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다 옷 너머로 앞이 조금 비쳐 보이니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목이 마르면 어떻게 할지, 고양이 미타가 배를 간질이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지만 골똘히 생각하며 방법을 찾아간다. 옷이 목에 걸린 아이가 또 있다면 금세 친구가 될 거라고도 생각한다.
작가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따뜻하다. 걱정이 불안으로 가지 않는다. 아이들만의 단순 명쾌함으로 비관을 낙관으로 바꿔 버린다. 엄마한테 벗겨 달라고 도움을 청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아이는 고민하다 “아! 어쩌면, 바지를 먼저 벗으면 되지 않을까?” 하며 바지 벗기에 도전한다. 아이의 천진함과 기발함에 히죽히죽. 아이의 고민거리를 한 번에 날려 버리는 한 컷의 그림에서 또 웃음이 나온다.
나와 내 아이의 모습도 보인다. 어릴 적 경험이 있어서일까? 성인이 된 두 아이는 지금도 목이 올라온 옷을 입지 않는다.


《고무줄은 내 거야》
요시타케 신스케 글, 그림 | 유문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
아이는 우연히 쓰레기통 옆 바닥에 떨어져 있는 고무줄을 발견한다. 아이 표정과 “앗! 고무줄이다.”라는 한마디가 호기심을 부른다. 아이는 엄마를 부르며 고무줄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두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달려간다. 아이가 고무줄을 잡는 순간 놀이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 고무줄 나 주면 안 돼? 응?” 하는 아이 얼굴은 엄마에게 허락받고 싶은 간절함과 설렘에 두 발을 가지런히 모아 까치발을 하고 있다. 오른손은 허리에 붙이고 왼손은 엄지와 검지로 고리를 만들어 고무줄을 앞으로 내보이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엄마의 덤덤한 표정과 “그래. 가져.”라는 대답을 듣고 아이는 한 손을 펼쳐 손바닥에 고무줄을 올려 보여준다. 자신만의 고무줄임을 과시하는 듯하다. 오로지 나만의 것을 갖고 싶었던 아이의 마음이 잘 드러난 장면이다. 오빠에게 물려받거나 함께 사용해야 하는 것도 아닌 나만의 것이 된 고무줄을 두 손으로 꼭 쥐고 가슴에 품는다.

한 장면 한 장면 변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아이가 행복하니 나도 덩달아 행복하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보물 고무줄과 목욕도 함께하고 잠도 같이 잔다. 어른이 되면 고무줄로 멋을 부리기도 하고 지구를 구할 상상도 한다. 자신만의 보물인 고무줄이 생긴 아이는 보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즐긴다. 아이가 부여하는 의미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신나게 상상하며 놀고 있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내는 귀엽고 발랄한 아이가 사랑스럽다.

아이는 소중한 보물을 혼자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나누며 즐긴다. 그런데 그만 고무줄이 “뚝” 하고 끊어진다. 내 가슴이 쿵! 어머! 내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또 다른 보물을 찾아낸다. 역시 아이다!! 아이의 놀이는 이어진다. 나도 같이 상상을 펼친다.


《더우면 벗으면 되지》
요시타케 신스케 글, 그림 | 양지연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1
제목부터 내 마음을 자유롭게 한다. ‘더우면 벗으면 되지.’로 시작해 ‘추우면 입으면 되지.’로 끝을 맺는다. 우리는 순간순간 고민하고 선택을 한다. ‘오늘은 무얼 먹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 연달아 도착하는 버스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 같은 소소한 고민의 연속이다. 선택에 후회하기도 하고, 큰 차이도 없는 결과에 만족하기도 한다. 작가는 복잡한 고민의 해결책을 단순하게 제안한다. 단순한 진리는 불안하고 복잡한 현실에서 빨라져 있는 호흡을 가다듬게 한다. 센스 있는 제안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땐 마음껏 슬퍼한 뒤 다른 소중한 친구를 만들면 되고, 누군가의 불행을 바란다면 파도가 밀려오는 물가에다 쓰면 되고, 꼭 갖고 싶은 게 있다면 착한 아이인 척하란다. 아무도 날 봐 주지 않는다면 큰 소리로 울고, 책을 읽다 모르겠다면 휙휙 건너뛰고 아는 부분만 읽으면 된단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고민을 내 몸이 시키는 대로 대처해도 괜찮다고 무심한 듯 툭툭 던진다. 그래서 더 편안한가 보다. 명쾌한 답이 나에게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호기심에 행동으로 옮겨 보고 싶은 것들도 있다. 이 책은 한 쪽 또는 고민 한 가지 읽고 덮어도 좋고 내가 위로받고 싶은 부분만 골라 읽어도 좋다.

작가는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을 전환해 보라 권한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것은 받아들여서 자신을 조금은 편안하게 하라 한다. 그래도 괜찮다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등받이가 되어 준다. 참 고맙다.
 


마리 칸스타 욘센은 그림책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꾸게 해준 노르웨이 작가다. 그녀의 작품에서 어린이에 대한 이해와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시선을 사로잡는 색감은 독자를 책 속으로 이끈다. 풍부한 볼거리는 상상 여행을 하게 한다. 그림을 들여다보고 또 보게 하는 즐거움이 있다. 그 속에서 어른보다 큰마음을 가진 아이를 만났다.


《나의 작고 커다란 아빠》
마리 칸스타 욘센 글, 그림 | 손화수 옮김 | 책빛 | 2020
이 책은 마리 칸스타 욘센의 첫 그림책이다. 여행을 떠나는 커다란 아빠는 신이 났다. 아빠 어깨에 매달려 있는 작은 아이는 겁을 먹은 표정이다. 휴가를 떠나는 아빠와 딸 마야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휴가를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 속에 마야와 아빠가 택시를 타고 있다. 아빠는 마야를 위해 휴가를 준비했지만 마야는 버겁기만 하다. 아빠가 휴가를 즐기는 방식과 달리 마야는 모래 속에서 예쁜 조개껍데기를 찾고 싶고, 바닷가에 앉아 책을 읽고 싶다.
아빠가 높은 다이빙대에서 세 바퀴를 돌며 뛰어내리는 모습에 마야는 땀을 흘린다. 얼굴이 아닌 뒷모습으로 그렸다. 아빠를 걱정하는 마음과 마야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힘이 센 아빠는 겁이 많은 딸의 마음도 알아주는 멋진 아빠다. 마야에게는 버겁지만 아빠와 함께 보트도 타고 화산도 구경한다.
동물원에 간 아빠와 마야의 시선이 갈린다. 아빠는 커다란 동물에, 마야는 길 잃은 아기 거북이에게. 마야는 등딱지 속으로 머리를 쏙 집어넣은 아기 거북을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빠가 사라졌다! 마야의 무섭고 두려운 심리를 무겁고 어두운 색채로 보여준다. 마야를 잃어버린 커다란 아빠가 점점 작아지는 모습을 한 면에 다 그려 넣었다. 마야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아빠를 믿고 기다린다.

마야가 해변에서 아빠를 발견한 순간 아빠의 모습에 내 기억도 소환된다. 아이를 백화점에서 잃어버렸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떨린다. 마야와 아빠가 만났을 때 아빠의 모습에 책 제목을 다시 보게 된다. 내 마음에 쏙 든다. 마야보다 작아져 있는 아빠. 아이를 잃어버린 아빠의 두려운 마음을 마야 품에 안긴 아빠로 한 화면 가득 차게 그린 점도 눈길을 끈다.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 그림들을 발견한다.

아빠와 딸의 모습을 다양한 기법을 이용해 그렸다. 인물의 상황과 감정이 장난스럽고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그림이 주는 즐거움이 크다. 강렬한 색감은 나를 그림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아빠와 딸의 크기와 형태를 다양하게 표현해 하나하나 짚어가며 보는 즐거움도 있다.


《잠잘 시간》
프로데 그뤼텐 글 | 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 | 손화수 옮김 | 책빛 | 2021
아빠 품에 안겨 있는 아이의 눈은 아빠와 놀고 싶다. 자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아빠 두 손가락은 전등 줄 끝을 잡고 있다. 딸깍 소리가 날 것 같다. 겉표지 아빠의 모습이다. 아빠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며 어서 자라고 아이를 채근한다. 초승달 모양의 등에서 나오는 은은한 불빛은 편안하고 따뜻하다.
겉표지를 넘기자 기다란 소파에 누워 다리를 밖으로 걸쳐 올려놓고 아빠는 신문으로 딸은 책으로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아늑하고 편안한 오후를 보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평화롭다.

내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던 모습과는 영 다른 모습이다. 내 시간을 위해 아이를 재우려 했던 미숙한 엄마,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책을 읽어 주었다. 책을 읽던 아이는 이야기 속 주인공과 탐험을 하며 잠을 물리친다.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 아이에게 나는 건성건성 대답하곤 했다. 아이가 빨리 잠들기를 바라며 강제 소등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 아빠 대단하다. 아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 주고 생각하고 판단하기를 기다려 주는 멋진 아빠다. 아이와 함께 상상하다 아빠의 바람을 슬쩍 넣어 보지만 아이는 단호하게 외친다. “아빠!!!” 아이의 생각과 선택을 존중하는 어른과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의 책 세상은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때로는 어른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기도 하고, “나는 특별한 사람보다 평범한 어린이가 좋아요.”라며 자기 생각을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아이에게 한 수 배운다. 그림의 화려한 색채, 아빠와 딸이 주고받는 말도 재미를 더한다. 함께하는 편안함이 좋다.


코로나19로 제한된 일상을 지내고 있는 2년이라는 시간에 두 작가의 작품들로 재미와 위로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우리 모둠은 대면으로 책 이야기를 나눈다. 비대면은 뭔가 부족한 것 같다고 느끼는 모둠원들 덕분에 한 달에 두 번 책 수다를 실컷 떨 수 있다. 사람 냄새나는 그 날이 기다려진다. 혼자 읽고 즐겼던 책을 가방에 한 권 한 권 넣는 순간이 설렌다. 책이 나를 바꾸는 시간이 좋다. 책 이야기로 만나는 다른 삶에 귀 기울인다. 그 시간은 우리 삶을 풍요롭고 넉넉하게 만든다. 나만의 보물을 찾으려 책 주변을 서성거리는 이 시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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