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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책꾸러미] 청소년, 그림책으로 다가가기
글쓴이 : 광주 북부지회 독서모둠 분류 : 내가 만든 책꾸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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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책꾸러미

청소년, 그림책으로 다가가기
광주 북부지회 독서모둠

올해 우리 모둠에서는 청소년과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을 읽기로 했다. 정체성, 사랑, 우정, 관계, 삶에 대한 통찰력 등을 주제로 하는 그림책을 읽고, 청소년들과 공감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기로 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목록과 도서관목록에서 최근 발간한 책을 우선으로 책꾸러미에 소개한 책 이외에 《오직 토끼하고만 나눈 나의 열네 살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그림 사전》, 《적당한 거리》, 《잃어버린 영혼》 등 16권을 선정하여 읽었다.
이 책들을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전시하고, 전시 기간 중에 책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로 청소년들과 토론도 하였다. 전시가 끝나면 책들은 청소년문화의집에 기증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단 한 명이라도 ‘와! 짧은 그림책에 이렇게 멋진 이야기가?’라고 느낀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엄청 행복해질 것 같다.

 

《매미》
숀 탠 글, 그림|김경연 옮김|풀빛|2019
온통 회색빛인 도시 빌딩에서 초록빛 몸을 가진 매미는 데이터를 입력하는 일을 한다. 아파서 쉬는 날도 없고 실수하는 일조차 없이 일하지만, 인간들은 그를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다. 17년 동안 승진도 없이 일하다 은퇴할 때에도 파티는커녕 악수도 없다. 상사는 그저 책상을 치우라고 말한다. 매미는 안녕을 고하며 빌딩의 맨 꼭대기로 향한다.
이 책에서 매미는 등이 갈라지고 성충이 되어 숲으로 날아가는 결말을 보여주지만 옥상 난간에 서 있던 매미는 한없이 위태로워 보였다. 이 이야기가 이민자나 성 소수자, 비정규직 등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왜 인간들은 매미를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었을까? 매미가 단지 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괴롭히고 바보라고 생각하지만, 날개를 펼쳐 숲으로 돌아간 매미는 가끔 인간을 생각하면 웃음을 참을 수 없다고 한다. 어쩌면 입장이 바뀌는 세상이 올 것만 같다.
 
지금 내가 사는 곳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책이 불편하기도 하다. 나는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또 매미의 이름표에 있는 바코드는 차별의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자를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느낌도 있다. 비정한 경쟁과 차별에 눈 감는 우리에게 숲으로 돌아간 매미가 남긴 것은 무엇일지 돌아보게 한다.(박영경)

 

《딴생각 중》
마리 도를레앙 글, 그림|바람숲아이 옮김|한울림어린이|2015
글 대신 흑백의 간명한 그림이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는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 일이 처음 일어났을 때, 나는 학교에 있었다.
나는 너무너무 다른 곳에 가고 싶었다.”

아이는 끝내 참지 못하고 노랑새가 되어 열린 창문으로 날아간다. 책 속의 노랑새는 말을 따라가고, 사슴뿔 위에 앉아 보고, 구름 속을 날기도 한다. 한동안 피아노와 음악에 빠지기도 했으나 음악이 아름다워서 또 멀리 떠난다. 결혼을 하여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어도 달라진 건 없다.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노랑새가 되어 자주 멀리 떠나곤 했다. 시간이 흘러 노랑새의 깃털은 풍성하고 화려해졌다. 그때쯤 그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노랑 깃털을 손에 쥐고 상상의 세계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써내려 가기 시작한다.

딴 생각은 다른 곳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부엌 창 너머로 보이는 낮은 산, 그곳을 보고 있을 때 나는 다른 곳을 꿈꾸었다. 큰 길에서 아파트까지 양쪽에 늘어선 가게들은 해가 바뀌면서 과일가게가 미용실이 되고, 비디오가게는 오락실이 되었다. 상당히 긴 그 길을 걸으면서 ‘이곳에 느티나무, 탱자나무 울타리가 있었다면 십여 년 사는 동안에 꽤나 멋진 길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강렬한 바람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지금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에서 탱자나무 씨앗을 틔워 울타리나무로 키우며 살고 있다.
“딴 생각 좀 하지 마.”라는 말을 듣는 아이에게 이 책이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양선숙)

 

《사랑에 빠진 토끼》
말런 분도, 질 트위스 글|EG 켈러 그림|김지은 옮김|비룡소|2018
말런은 어느 날 너무나 멋진 토끼 웨슬리를 만난다. 웨슬리와 함께라면 앞으로 매일 즐거운 날만 있을 것 같아 둘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뜰 안의 모든 동물들은 한마음으로 “야호~!”를 외쳐 주었는데, ‘구린내 킁킁이’만 반대를 한다. 수컷 토끼는 수컷 토끼와 결혼할 수 없다고, 이게 그동안 전해 내려오던 방식이고 다른 것은 나쁜 것이라 한다.
그러자 뜰 안에 친구들은 모두 한 가지씩 남들과 다른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우리는 모두 달라, 그리고 다른 건, 나쁜 게 아니야. 오히려 특별한 거야”라고 말한다. 투표로 구린내 킁킁이를 두목 자리에서 쫓아내고 친구들의 축복을 받으며 말런과 웨슬리는 행복한 결혼과 함께 영원한 사랑을 다짐한다.

귀엽고 유쾌하고 밝은 그림책 속에 담긴 의도가 너무도 명확하지만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다.어린이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내가 소수자는 아니더라도 ‘다르다는 것은 특별하다는 것’을 인정해주는 뜰 안 친구는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책 속 동물들의 살아있는 표정을 따라가며 책이 주는 재미만 느껴도 충분하다. 청소년들과는 동성결혼에 대해, 성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는 마중물 같은 책이다.(이수용)

 

《우산을 쓰지 않는 시란 씨》
다니카와 타로, 국제앰네스티 글|이세 히데코 그림|김황 옮김|천개의바람|2017
죄도 없이 감옥에 가는 일이 가능할까? 그런 억울한 일은 결코 나에게는 일어날 리 없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가?
이 책의 주인공 시란 씨는 일 잘하는 회사원이다. 아주 친절하고 성실하며 좋은 사람이다. 어느 날 시란 씨가 받은 한 통의 편지에는 ‘죄도 없이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풀려나도록 편지 쓰는 일을 함께해 주시겠습니까?’라고 쓰여 있었다. 시란 씨는 ‘불쌍하긴 하지만, 만나 본 적도 없는 사람이야. 나랑 상관없어. 정말 나쁜 짓을 했을지도 모르잖아?’라고 생각한다.
어느 일요일 밤, 목욕을 하고 있던 시란 씨는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을 겨누는 군인들에게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 소식을 들은 동료들과 친구들은 처음에는 놀라지만 점점 아무도 그 일에 신경 쓰지 않는다. 시란 씨가 ‘너무 친절해서 이상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시란 씨를 구하려고 노력한 사람은 그가 한 번 가 본 적도 없는 나라의 젊은이와 다른 먼 나라에 사는 아주머니다. 이들은 감옥에 있는 시란 씨를 위해 편지를 쓴다.

시란 씨를 보면서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한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공포로 다가온다. 이 책은 죄 없이 감옥에 갇힌 이들을 위해 일하는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를 소개하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인권적인 일들이 부당하다고 맞서는 행동을 함께 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김상현) 

 

《허먼과 로지》
거스 고든 지음|김서정 옮김|그림책공작소|2016
이 책의 배경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 뉴욕이다. 콜라주 기법으로 뉴욕 지도, 신문, 엽서 등을 삽화로 넣어 더 복잡하고 분주한 도시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복잡하지만 외로운 도시에서 ‘특별한 그 사람’을 어떻게 만날까?
바다 영화를 좋아하는 허먼과 로지는 뉴욕에 산다. 허먼은 전화로 물건을 파는 일을 하면서 오보에를 연주한다. 로지는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재즈클럽에서 노래를 부른다. 도시와 멋진 리듬을 사랑했지만 허먼과 로지는 가끔 외로웠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허먼은 귓가에 들리는 특별한 소리를 듣고 밤이 되어도 머릿속에 맴도는 그 음악을 오보에로 연주해 본다. 옆 아파트에 사는 로지 역시 오보에 소리를 듣고서 틈만 나면 그 멜로디를 잊어버리지 않게 흥얼거린다. 아주 가까운 곳에 살면서 음악으로 먼저 감동하고 마음이 끌렸지만 누구인지는 서로 모른다. 둘 다 직장을 잃고 실의에 빠져 뉴욕 거리를 산책하고, 같은 곳에서 핫도그를 사 먹으면서도 알아보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친다.
며칠 뒤 마음의 평안을 찾은 밤, 다시 오보에를 연주하게 된 허먼과 음악소리를 듣고 따라 간 로지가 달이 환하게 밝은 밤에 마침내 만나게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함께 근사한 음악을 연주한다.

이제 두 사람에게 도시는 더 이상 외로운 곳이 아닌 활기찬 다른 곳이 되었다. 뉴욕의 시끌벅적한 밤거리를 거닐다 보면 허먼의 오보에 연주와 로지의 노래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고단하고 외롭고 힘든 날들을 겪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더욱 특별해진 허먼과 로지, 이제 함께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소박하지만 특별한 누군가를 만나 허먼과 로지처럼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 보시라!(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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