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지식산업사, 1988) 
 

▷머리말        이오덕      

이 시집은 권정생 선생님이 소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쓴 시를 모두 모은 책입니다.  나로서는 다른 어떤 동시집보다도 이 시집의 탄생을 기뻐합니다.  그 까닭은 이렇게 말재주를 부리지 않고 진솔하게, 혹은 뜨겁게 우리 겨레의 마음을 노래한 시가 우리 아동문학에서 지금까지 나온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소박한 시들이 무조건 감동을 주는 것은, 항상 가난하고 약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선생님이 온몸으로 - 피와 눈물로 썼기 때문입니다.
   이 시집에 대해서는 다른 자리에서 더 많이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는 독자 여러분들이 이 시집을 읽고 가난한 삶의 아름다움, 물질에 눈멀고 병들지 않는 순박한 겨레의 마음을 발견해 주셨으면 합니다.  길가에서 짓밟히기만 하는 민들레가 결코 죽지 않고 끝내 눈부신 꽃을 피우듯이, 고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슴마다 간직한 이따스한 인간스런 정이야말로 어린이와 누나 오빠들, 아버지 어머니들, 할아버지 할머니들, 우리 6천만 온 겨레의 것이 아닙니까?
  권선생님께서 시집 원고와 함께 보내 주신 편지를 머리말로 대신할까 싶어 의논드렸더니, "그것만 내서 어얘 될니껴. 선생님 뭘 좀 쓰시고 그걸 뒤에 붙이면 하고요." 하시기에 이렇게 몇 마디 적었습니다.  앞으로도 권선생님은 동화나 소년소설뿐 아니라 시도 많이 쓰시겠다고 하십니다. 
  부디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다음은 권 선생님의 편지입니다.
 

 
   선생님,
  동시 64 편을 모아 보았습니다.
  여기 보내는 것 56 편과 《어린이를 지키는 문학》에 보낸 8편을 보태어서 64 편이 가까스로 된 것입니다.  1, 2, 3 부로 나누었는데 1, 2부는 모두 80년대에 씌어진 것이고, 3부는 50년대와 60년대에 쓴 것을 고르고 골랐다는 것이 이렀습니다.  연대를 어림으로 써 두었지만 정확한 것은아닙니다.  <강냉이> 한 편만이 국민학교 시절에 씌어진 것입니다. 모두 조금씩 손질을 했지만, 작품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70년대에는 거의 동시를 쓰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창비 아동문고에 몇 편 실었던 것도 모두 60년대에 썼던 것을 늦게 발표했을 뿐입니다.
  앞으로 한 번 동시다운 시를 써보겠습니다.  부족한 대로 한 권의 책이 된다면 그것으로 기쁘게 생각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자꾸 권하시어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어 보내는 것입니다. 

1985년 10월 23일    正生 올림


덧붙입니다.
  권 선생님의 원고와 편지를 받고 진작 이 책을 내지 못하고 1년도 더 지나는 동안에 다시 그 뒤에 발표하신 작품들을 모아 제 4부로 넣게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책을 '동시집'이라 하지 않고 그냥 시집이라고 한 것은, 국민학생들에게만 읽힐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아동문학에서 독자가 되지 못한 중학생들도 많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어찌 중학생뿐입니까.  고등학생도 대학생도, 모든 어른과 어린이들 - 온 겨레가 이책을 읽고 우리의 순수한 마음을 찾아 가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1987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