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푼돌이네 삼형제 (현암사, 1991)』

 

요사이 도깨비들이 안 보인다고 모두가 섭섭해하기도 하는데, 가끔씩 나타나서 우리들을 즐겁게 해 줍니다.  
  작년 여름에도 이 곳 마을 한 분이 건너편 들판에서 일을 마치고 어두워져서 돌아오는데 강물에서 톳제비들이 미역을 감으면서 저희들끼리 시끄럽게 떠돌고 있더랍니다.  윗마을 할머니 한 분도 앞산 꼭대기에 톳제비불이 날아다니는 걸 봤다고 하니 아주 사라져 버린 건 아닌 모양입니다.
  '팔푼돌이네 삼형제'는 재미있고 즐겁게 쓰려고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본래 마음먹은 데로 되지 않았습니다.  괜히 톳제비들만 죽도록 고생시킨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입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슬프지 않고 괴롭지 않는 그런 동화를 쓸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하고 기다렸는데, 그런 세상은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세상은 점점 어둡고 슬퍼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에겐 먹는 것,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가장 소중한 건 목숨을 가진 모든 것이 서로 정을 나누며 따뜻하게 살아가는 사랑이라 여겨집니다.  사람의 정이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고, 어떤 기술로도 만들 수 없는 것입니다.  오히려 가난했을 때는 이런 따뜻한 정이 오갔는데, 먹을 것이 많아진 세상에서는 각자 혼자만의 욕심이 더 심해져 버렸습니다.
  사람은 절대 혼자서만 살아 갈 수가 없습니다. 이웃이 있어야 하고 하늘이 있고 땅이 있고 물이 있고 바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 가운데 온갖 새들과 나무와 짐승들과 물고기도 있어야 하고 조그만 벌레까지 함께 모여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점점 함께 사는 것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나만 따로 떨어져 잘 살면 된다고 이웃과 친해지려 하지 않습니다. 전쟁이 끊이지 않고 무서운 핵무기가 많은 목숨을 죽이고 있고 강과 바다와 하늘과 땅이 더러워지고 답답해져 버렸습니다.
  50년이 가깝도록 우리는 나라가 둘로 쪼개져 서로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습니다.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아무리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집에 살아도 이렇게 된다면 오히려 부끄러운 일입니다. 공중의 새들이나 산에 사는 짐승들은 가르지도 쪼개지도 않고 서로 어울려 오고 가는데, 그토록 휼륭하다고 스스로 뻐기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나쁜 짓만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웃끼리 담을 쌓고 누가 더 잘났는가 업수히 여기다 보니 미움이 가시지 않고 끔찍한 싸움이 일어나는 거지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평화로워지기 위해서는 더 가난해져야 합니다.  알맞게 먹고 알맞게 입고, 춥지 않고 비 맞지 않는 작은 집에 살면서 산과 강물과 들판을 더럽히지 않고 모두가 땀 흘리며 일하는 세상이 바로 평화를 이루는 세상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사람끼리 높고 낮은 차별을 만들지 않고 누구나가 한 가지씩 가지고 있는 재주와 힘을 모아 함께 살아가는 세상, 그래서굶는 사람이 없고 추위에 떠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바로 동화의 나라가 아닐까요?  동화의 나라는 절대 꿈 속에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세상에 있어야 합니다.
  이 머리말을 쓰면서도 게속 한숨이 나옵니다.  제발 자라는 우리 어린이들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도록 착하게 살아 주기 바랍니다.

단기 4324년 가을 지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