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정승각 그림,길벗어린이,1996)》

이 세상 가장 낮은 곳 이야기  
  
 이재복


  '강아지똥'은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는, 이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은 존재입니다. '아이고 더러워.'하면서 세상 사람들이 다 피해 가는 버려진 존재입니다. 그런데 권정생 선생님은 이런'세상에서 가장 소외된 존재, 버림받은 존재'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얼마 전에 권정생 선생님의 야기를 들어 보니 이랬습니다. 어느 날이었던가, 선생님은 처마 밑에 버려진 강아지똥이 비를 맞아 흐물흐물 그 덩어리가 녹아내리며 땅 속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보았답니다. 그런데 강아지똥이 스며 녹아내리는 그 옆에서 민들레 꽃이 피어나고 있더랍니다. 권정생 선생님은 그 모습을 보고 '아, 저거다.'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며칠 밤을 세워 강아지똥 이야기를 썼답니다.
  '강아지똥과 같이 저렇게 보잘 것 없는 것도, 남들에게 천대만 받는 저런 것도 저렇게 자신의 온 몸을 녹여 한 생명을 꽃피우는구나.'권정생 선생님은 이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고, 감동에 눈물을 흘리며 강아지똥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독특한 우리의 독특한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의 역사는 남에게 끊임없이 고통을 받는 역사였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 분단을 거치고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 겨레는 용케도 죽지 않고 살아 남았습니다.
  이렇게 독특한 역사를 가진 우리 겨레에게는 서양과는 다른 동화 형식이 필요합니다. 왕자나 공주가 아니라 《강아지똥》과 같은 운명을 살아야 했던 우리 겨레의 그 끈질긴 생명 의식을 이야기 속에 담아내야 합니다. 《강아지똥》이 있기 전까지 우리 어린이들은 대개 왕자가 되거나 공주가 되는 이야기만을 즐겨 읽어 왔습니다. 그런데 《강아지똥》의 세계는 이런 왕자나 공주가 사는 환상의 세계와는 전혀 딴판인, 그 반대되는 세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아동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 준다면서 어딘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의 세계만을 보여 주었는데, 권정생 선생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비록 어둡고 추운 곳이지만 그 곳에도 왕자나 공주 못지 않게 따뜻한 영혼을 간직한수많은 존재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어린이들에게 보여 준 것입니다.
  강아지똥이 우리 동화 문학에 혁명을 가져온 작품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강아지똥은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우리 토종의 맛이 납니다.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납니다.
우리 나라 아동 문학을 대표할 만한 작품《강아지똥》이 우리 옛그림의 아름다움을 살려 그림책을 그리는 정승각 선생님의 그림가 만나, 이제 어린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그림책 《강아지똥》은 깊은 감동과 함께보는 즐거움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