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티재 하늘 1, 2 (지식산업사, 1998)』

 

▷작가의 말

  20년 전 어느날, 버스를 타고 나는 청송 칠배골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안동 읍내 양반댁 종년이었던 달옥이 아지매와 한밤중에 도망쳐 가서 살았던 이석이 아저씨네는 이젠 거기 살지 않았습니다.
 귀돌이 아지매가 열한 살 나이로 민며느리로 가서 살다가, 동생 분옥이가 보고 싶어 몰래 홍시감 네 개를 들고 할딱거리며 넘어 오던 사구지미 고갯길은 고속도로로 깎여 나가버렸습니다. 이순이 아지매가 남편이 일본 노무자로 끌려간 뒤 밀주를 담가 팔아 근근이 살다 들켜, 벌금 50원 때문에 외팔이 등짐장수와 하룻밤 지냈던 솔티 꼭지네 주막도 어디쯤이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길수 아저씨가 반란군(의병)으로 나갔다가 죽어 묻힌 일월산에도, 수동댁 할머니가 벙어리 며느리 채숙이 아지매와 누구의 씨인지도 모르는 손자 종대와 함께 가서 살았던 울진 바닷가에도, 분옥이 아지매가 문둥병 때문에 소박데기가 되어 각설이 동준이 아저씨와 가서 살았던 영양 다래골 골짜기에도, 분들네 할머니의 두릅골에도, 지금은 모두 떠나가고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등을 돌린 채 혼잣말처럼 조용조용, 산에 가면 산나물을 뜯으면서, 인동꽃을 따면서, 밭에 가면 글조밭을 매면서, 집에서는 물레실을 자으면서, 바느질을 하면서, 서럽고 고닲았던 우리네 백성들의 이야기들 아름다운 사투리로 들려 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여기 옮겨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