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 (이철지 엮음, 종로서적, 1986)』


▷머리말    이철지 씀

 어떠한 것이 실리는지 한번 보았으면 좋겠다고 그는 이편에 비쳤지만 나는 한번도 당신의 글 이것저것이 나가오 하고 알려 주지 않았다.  오히려 불쑥 나타나서 보자고 할까봐 내심 걱정이었다.
  "권정생의 이것저것"이 활자화되고 책으로 묶일 때, 그의 여리고 여린 마음을 다치지 않고는 성사가 되긴 애당초 틀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기왕 지상에 발표된 작품이야 접어두고라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가 열어 놓은 마음의 밭인 사신(私信)을 좍 펼쳐 놓았다든가, 주변에서 그를 두고 하는 말이라든가, 본인으로서는 가당치 않은 내킴일 것이다.
  이현주 목사가 말한 "태어나면서부터 당하기만한 그가 이번에도 한 번 더 당했다 셈치고 하루나이틀쯤 언덕배기에 올라 잔디 씨앗이나 쥐어 뜯다가 그만 둘 것이라는 음흉한 계산"을 나도 일찌감치 기억해 두었었다.
  내가 권정생님을 간접적으로나마 접촉한 것은 70년대 중반에, 근무하던 잡지사 원고 청탁일로였다.  그러나 1973년 「조선일보」의 신춘문예 당선작인 '무명저고리와 엄마'라는 동화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았던 일이 있었지만 그 작가가 바로 권정생님이라는 것은 후에 알았다.
  지난 늦은 가을에 그의 토담집을 방문했을 때 "불쌍하게 떨어진" 낙과(落果)를 주워 모았다면서자루에서 꺼내주어, 흠집 난 곳을 피해 깨물어 먹은 일이 있었다.  올 봄에 다시 갔을 때도 미처 따가지 않은 말라 비틀어진 감을 모았다면서 펼쳐 놓았다.  내놓았다기보다 함께 간 이현주 목사가 골방에서 꺼내오자, 또다른 일행인 전우익 선생님과 함께 둘러 앉아 질겅질겅 씹으면서 "맛있어" 했다.  내겐 먹으라는 한마디 희소리도 없이…….
  그런데 정작 목적을 갖고 서너 차례 찾아간 나는 매번 권정생님과 별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나 자신이 공연히 안절부절하며 애꿎은 집옆의 샘터에 가서 병아리 목 축이듯 하든가, 주인을 꼭 닮은 개 "누렁이"를 실없이 부르곤 하면서 맴돌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무심한 두 양반은 한웅큼씩 들고온 그 곶감을 질겅거렸다.
  "그것 나도 좀 줘요."
  뒤로 손을 뻗어 얼떨떨해 하는 손에서 몇 개를 빼앗다시피하여 입에 넣었다.
  권정생님, 그가 행복해지길 바라지 않는다.
  그가 행복해지면 하느님이 불행해 지신다.
  여러 번 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시고 이것저것 챙겨주신 이오덕 선생님, 먼 안동에서 오셨다가도책방에만 휙 둘러 보고 가시는 전우익 선생님, 그리고 정호경 신부님, 권오삼님, 몇몇 기고해 주신 분들 - 양해도 못 구하고 전재했지만 - 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특히 권정생님께서 "내가 죽으면 토담집은 현주 꺼다"했다는 바로 그 이현주 목사는 싸놓은 이삿짐을 다시 풀어 가며 자료를 찾아주고 여러번 시간을 내어 정리해줌으로써 이 책이 나오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음을 감사드린다.

1986년 9월    엮은이

▷제 1 부
동화
무명저고리와 엄마/강아지똥/두꺼비/하느님이 눈물/까치 울던 날/달맞이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달구경/개구리 배꼽/빌뱅이 이야기 : 한 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빌뱅이 이야기 : 초밭 할머니/빌뱅이 이야기 : 튀장 먹다 귀데기 씹은 것 같다


소·1/소·2/소·3/소·4/소·5/소·6/소·7/얘들아 우리는/쌀/농꼴이 아재네 능금 나무 밑/편지/구만이/점례/꽃다지/할아버지, 금강산 구경가요/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소설
아버지/종갑이와 할아버지

동극
팥죽할머니

평론
우리 농촌을 우리 문학은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수상
나의 동화 이야기/목생형님/ 김 목사님께/다시, 김 목사님께/처음으로 하느님께 올리는 편지/두 개의 이야기/가난이라는 것/편지 대필/자연과 더불어 크는 아이들/올봄의 농촌 통신

수기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

편지
현주에게/정호경 신부님/전우익 선생님/오삼 아재

▷제 2 부
권정생, 그의 문학과 삶
가난, 병고 속의 순수 동화 작가·이시헌/흙담집 너머로 꽃 피는 참 사랑의 꽃·이수언/대추나무를 붙들고 운 동화작가·이오덕/동화작가 권정생과 강아지똥 ·이현주/통일의 밑바탕을 다지는 어린이 문학·주중식

좌담
아동문학이 나아갈 길·권오삼, 권정생, 이오덕, 이현주/'몽실언니'를 읽고·위기철/'무명저고리와 엄마'를 읽고·박태원/'강아지똥'을 읽고·남상순/'몽실언니'를 읽고·이행자/'초가집이 있던 마을' 읽고·독자, 김순옥, 신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