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어린이가 함께 보는 전래동화》

 

▷이 책을 내면서 /  솔미야

  흔히들 우리 나라의 지도 모양을 보고 호랑이처럼 생겼다고 하지? 우리 나라 땅덩어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 북쪽의 함경도 지방은 호랑이의 용맹스런 얼굴처럼 생겼고 태백산맥은 늠름한 등줄기를 이루고 있으며 전라도는 튼튼한 다리처럼 보이지 않니? 그래서인지 네가 읽은 옛날 이야기 책 속에는 호랑이 이야기가 참 많지?
   그러나 우리 나라는 불행하게도 지난 40여 년 동안 허리가 잘려 남과 북이 서로를 미워하며 살아 왔단다. 그래서 남과 북은 한 발만 내디디면 금방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면서도 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 곳이 되고 말았지. 그러다 보니 이제는 서로가 핏줄을 함께 나눈 형제라는 사실마저도 까맣게 잊어 가고 있는 듯 하구나.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광주에 사는 기학이는 여름 방학이 되면 원산 할머니 댁에 놀러와서 금강산 구경을 했고, 평양 사는 상숙이는 부산 외할아버지댁에 심부름 와서 해운대 바닷가에서 수영도 하고 놀았단다. 그리고 기학이도 상숙이도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똑같은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짧은 여름밤을 아쉬워했단다. 솔미 너는 상상이 안 되지?
   다행스럽게도 요즈음 들어서 지금까지 서로를 미워하던 마음을 떨쳐 버리고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같은 겨레임을 확인하고자 하는 노력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구나. 이것은 마땅히 하나여야 할 우리 겨레의 본모습을 찾고자 하는 귀중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우리 모두가 다 오천 년의 긴 역사를 함께 살아오면서 같은 생각과 같은 정서를 가꾸어 온 한 민족이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야 할 것 같구나.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조상들이 남긴 것 속에서 남북이 함께 나누어 갖고 있는 것들을 찾아  내어 이를 확인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니? 그리하여 남과 북이 남남이 아니라 한 뿌리에서 태어난 한 형제임을 깨달아 나가야 하지 않겠니? 이러한 터전 위에 설 때, 우리는 마침내 통일을 가로막는 저 가시덤불의 온갖 철조망을 걷어치우고 끝내는 다시 하나가 되어 새로운 민족 공동체를 건설할 수 있는 올바른 지혜와 용기를 갖게 될 거야.
   이 책 《남북 어린이가 함께 보는 전래 동화》시리즈는 이러한 노력에 조그마한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단다.
   전래 동화는 오랜 세월 동안 전해 내려오면서 갈고 다듬어져 너와 같은 어린이들에게 무궁무진한 재미를 주고, 또 우리 조상들의 얼과 슬기를 깨닫게 해 주지. 따라서 솔미 너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어린 시절에 남쪽과 북쪽에서 각각 전해 내려오고 있는 우리의 옛날 이야기를 읽게 되면 남북이 한 겨레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남쪽에서 널리 전래되는 옛날 이야기와 북쪽에서 전래되어 널리 읽히고 있는 옛날 이야기를 함께 모아 남북 어린이 누구나가 우리 민족의 지혜와 정서를 온전하게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단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 권정생, 이현주 두 분 선생님께서 북쪽의 전래동화를 하나하나 읽으시고 우리의 얼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을 골라 주셨단다. 또 두 선생님은 네가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한 새롭고 재미나는 옛날 이야기를 마치 엄마 아빠가 이야기를 해 주시듯이 쓰셨단다. 그래서 두 선생님이 쓰신 동화를 읽어보면 옛날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대로 듣는 것 같아 더욱 친근하게 들리고, 우리말의 재미와 맛을 한껏 느낄 수 있을 거야. 이 자리를 빌어 두 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구나.
   솔미야. 
  끝으로 이 책을 솔미 너와 같은 남과 북의 어린이 누구나가 읽어 통일된 민족의 앞날을 이끌어 나갈 마음의 양식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빈다. 안녕

 1991년 12월에. 편집부 아저씨가.
 

▷ 엮은이 말

전래 동화로 '새나라'를 만들어 가자

 이 책은 우리 나라 옛이야기들을 한데 모은 것입니다. 제목은 '남북 어린이가 함께 보는 전래동화'라고 붙인 까닭은 앞에서 편집부 아저씨가 자세하게 말했으니 되풀이하지 않겠습니다만, '남북 어린이'라는 말을 일부러 하지 않고 그냥 '우리 나라 옛날 이야기'라고만 해도 될 그런 세상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하기는 그날이 어서 오기를 바라고 또 할 수 있는 만큼 그 날을 앞당기고 싶은 마음에서 이런 책을 내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옛날 이야기는 어느 머리 좋은 사람이 혼자서 꾸며 만든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낸 이야기지요. 어쩌면 만들어 낸다는 말조차 잘못된 표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옛날 이야기는 그냥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니까요. 꼭 살아 있는 사람과 같거든요. 한 번 태어난 이야기는, 사람이 그렇듯이, 이리 저리 돌아다니게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처럼 활자로 박아서 책으로 만드는 것 자체가 옛날 이야기의 생명력을 좀먹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입에서 입으로 돌아다니는 동안에야 그 싱싱한 모습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줄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옛날 이야기 책을 만드는 것은, 그 이야기들이 좀더 신나게 살아서 돌아다니게 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랍니다. 이야기가 싱싱하고 재미있게 돌아다니는 세상은 건강한 세상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가까운 동무들한테 신나게 그 이야기를 드려 주기 바랍니다. 침이 좀 튀겨도 괜찮아요. 
   이야기는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지만, 거꾸로 사람들 만들기도 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거꾸로 사람을 만들기도 합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어려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듣고 자랐으냐에 따라 그 사람의 꼴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용감한 장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란 아이는 커서 용감한 사람이 되고 슬기로운 꾀보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란 아이는 슬기로운 사람이 되지 않겠어요?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섞여 있습니다. 그냥 한 번 웃어넘길 우스개도 있지만, 깊은 삶이 지혜나 민족의 철학을 담고 있는 이야기도 있어요. 아무쪼록 이 재미난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 여러분이, 더 이상 한 핏줄끼리 미워하고 싸우는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지 않는 그런 새 나라 새역사의 일꾼으로 자라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말로는 남쪽 이야기 북쪽 이야기하고 나누었습니다만 사실은 남·북이 따로 없는 한 핏줄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러나 한 50년 서로 갈라져 있는 사이에, 같은 이야기가 북쪽에서는 북쪽 말로 전해지고 남쪽에서는 남쪽 말로 전해지면서 조금씩 달라지기도 했어요. 북쪽 말, 남쪽 말이 따로 있는 건 물론 아니지만, 예를 들면 남쪽에서는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하고 말할 때 북쪽에서는 "어떤 지주놈이 있었는데" 하고 말하거든요. '부자'와 '지주놈'이 얼마나 다르냐고 할는지 모릅니다만,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랍니다. 우리는 이런 차이점이 없어지는 '새나라'를 앞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더욱 옛날 이야기를 파고드는 거예요. 그런 차이점이 없이 살아가던 시절,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의 품으로 돌아가자는 겁니다. 또는 더 이상 그렇게 달리 말하지 않아도 될 '새나라'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 책을 엮으면서 될 수 있으면 남과 북이 서로 다를 게 없는 한 핏줄이라는 점을 드러내보이고 싶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군요.

1991년 11월 30일엮은이들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