훨훨 날아간다》

(국민서관,1993.1)

 

이야기 한 자리로 쫓은 도둑 ………  

 

경상도 안동 지방의 전래 동화인 이 이야기 속에 특별한 교훈은 없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동화가 어린이들에게 어떤 교훈을 주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이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이야기에 대한 흥미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훨훨 날아간다》는 재미있습니다. 우선 한 편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뜻하는 '한 자리'로 이야기를 세는 계산법이 재미있고, 베 한 필이면 큰 소 한 마리와 바꿀 수 있던 시대에 베 한 필 값으로 이야기 한 자리를 내라는 할아버지의 장사가 재미있고, 황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렁이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농부의 이야기 창작법도 기발합니다. 또,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 소리에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난 도둑이 훔쳐간 것이 고작 부뚜막의 누룽지 한 덩어리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또한 이 이야기 속에는 어린이들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있습니다. '훨훨 날아간다'  '기웃기웃거린다'  '콕 집어먹는다'  '예끼, 이놈' 하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새로운 말들을 접하며 언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어린이들은 말놀이를 즐깁니다. 어린이를 위한 시와 이야기를 쓴 러시아 작가 츄코프스키는 언어적 음성과 상징의 세계를 처음 알게 된 어린이는 언어의 경이로움에 신선한 관심을 나타낸다고 말하면서 이 단계를 언어적 창의성의 시기라고 하였습니다.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훨훨' '기웃기웃' '콕' 등의 의태어와 '예끼, 이놈'과 같은 재미난 짧은 말들의 반복을 즐거워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는 어머니와 어린이기 함께 '훨훨 날아간다' '콕 집어먹는다' 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역할을 해 보는 말놀이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해 보는 말놀이는 이야기의 즐거움을 한층 더 높여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