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쪽저고리와 잇저고리


   
쪽을손가 쪽저고리 잇틀손가 잇저고리
   사슬동정 놆이달고 백자고름 섪이달고
   횃대 끝에 걸어놓고 시애각시 어디갔나
   치마꼬리 달랑달랑 물긷든거 불쌍해라
   앞다리가 가뜬가뜬 방찧든거 불쌍해라.

〈저로기 노래〉라고 하는 우리 민요이다. 저고리를 횃대 끝에 걸어놓고 죽은 시애각시를 생각하면서 부른 것인데, 여기 나오는 쪽저고리 잇저고리가 어떤 옷인지 알아보고 싶어 옮겨 보았다. 쪽저고리는 쪽물을 들여 만든 쪽빛깔, 다시 말해 하늘색 저고리고 잇저고리는 잇꽃물을 들여 만든 붉은 자주색 저고리다. 요즘은 잇꽃을 모두 홍화라고 하는데 기왕이면 우리 이름 잇꽃으로 했으면 좋지 않을까.
   '놆이'란 높이의 옛말이고 '섪이'는 조금 아랫쪽을 가리키는 옛말이다.
   이 곳 안동지방 말에는 우리말의 본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참 많다.
   가을(秋 )을 가실, 혹은 가슬이라고 하는데 원래는 가슬이었던 것이 세월이 가면서 가을이라 바뀌어진 것일 게다. 겨울도 저슬이라 하는데 원래는 어슬이라 했던 게 아닐까?
   길(道)을 질이라고 하는데 난질이라고 하면 먼길 혹은 자유, 해방이란 뜻도 담겨 있다.
   처녀를 가리키는 원래 우리말은 가시내라 하는데 어쩌다가 이 아름다운 〈가시내〉가 속어가 되어 버렸는지 이상하다. 가시내의 반대가 사내이다. 가시나이 사나이, 이런 아름다운 말인 한자말이 여자, 남자, 처녀, 총각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래서 이상하고 쌍스러운 〈그녀〉라는 말까지 빌어다 쓰고 있지 않는가.▣(《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제61호,2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