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나리꽃

네덜란드는 튤립꽃의 나라라고 누구나 알고 있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고 어째서 그 나라엔 화려한 튤립꽃으로 뒤덮였는가 부러워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안 일인데 그 화려한 튤립은 터키에서 아주 보잘 것 없이 자라는 들꽃을 가지고 가서 품종 개량을 거쳐 아름다운 튤립이 된 것이란다.
  요새 우리 나라 꽃농사를 짓는 분들이 네덜란드에서 백합이라고 하는 나리꽃 종자를 수입해서 심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나리꽃의 원조가 바로 한국의 산나리꽃이라는 것이다.
  처음엔 약간 어이없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는 나리꽃의 서양이름이 떠올랐다. 릴리(lily)라는 꽃이름이 나리와 너무 닮았다. 일본에서도 百合이라고 쓰지만 부르기는 유리라고 한다. 나리, 릴리, 유리, 대체 나리꽃 이름의 고향은 어디일까?
  일본에다 아는 분께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일본에도 〈山ヤリ〉산나리꽃이 자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수수꽃다리를 미국에 가져가서 세계에서 가장 향기 좋은 꽃으로 만들어 수출을 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가져다 정원수로 심는데 그 이름이 〈미스킴 라일락〉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꽃이 외국으로 가서 새롭게 둔갑을 거쳐 남의 꽃처럼 도로 가져다 구경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 산나리꽃도 우리 손으로 훌륭한 꽃으로 개량되고 있다니 다행이다.
  훌륭한 꽃이란 본디 있던 그 모습 그대로가 가장 훌륭한 것이지만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니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도 품종 개량을 하겠다는 세상이지 않는가.▣(《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제 66호,2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