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따뜻한 세상을 기다리며

 

가끔 누구를 만나거나 무엇을 보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을 때가 있습니다. 웃고 나서 왜 웃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씁쓸하다 못해 속았다는 억울함과 허무감이 밀려들면 다시는 웃지 말아야지 결심까지 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그 쓸데없는 웃음은 나도 모르게 웃고, 웃고 나서또 절망하고, 다른 사람들도 혹시 그런지요?  
  아랫마을 서깥 할머니가 시장길을 종종 가시면서 "청자 담배 살라꼬 암만 찾아댕겨도 없네요. 난 담배 안 피우고는 한시도 못사니더." 합니다.
  서깥 할머니는 6·25때 이곳 바위산 골짜기에 남편이 끌려가 학살당해 누워 있는 걸 한밤중에 찾아가 시체를 업어다 뒷산에 묻었습니다. 스무 살 조금 넘은 새댁시절이었지요. 자식 남매를 키우면서 외로움을 잊기 위해 피우기 시작한 담배가 이제는 뗄 수 없을 만큼 중독이 되어 버린 걸까요? 청자 담배는 이백원 하는 제일 값싼 담배인데 이젠 아예 없어졌는지요.
  올해 열아홉 살 된 오강민군이 만성간경화로 시한부 목숨을 살고 있는 아버지께 자신의 간을 나누어 주어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건강하게 되었다지요. 대학 일학년생 강민이의 착한 웃음을 보면서 세상은 저렇게 따뜻하게 살 수 있는 곳인데 하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8월치 글쓰기 회보에 《한티재 하늘》독후감이 실려 있어 읽으면서 우리들 가슴이 아직 마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열심히도 읽었군요. ▣ (한국글쓰기연구회,『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 제49호, 1999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