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만남

권정생 동화 「초가집이 있던 마을」을 번역 출간한 나까무라 오사무

 

일본인이면서도 한국의 아동문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아동문학 평론가 나까무라 오사무 씨가 1998년 12월에 일본에서 권정생동화 「초가집이 있던 마을」을 일어로 번역하여 출간하였다. 나까무라 씨가 마침 한국에 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린이문학』편집부원들이 「초가집이 있던 마을」을 번역 출간하게 된 까닭과 이 작품이 지닌 가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린이문학 ː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얼마 전에 권정생 선생님의 「초가집이 있던 마을」을 일본에서 번역해 출간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해서 이 책을 내게 되었나요?

◈나까무라 ː제가 지난번에 지진 일어난 고베에서 16년간 중학교 국어 선생님을 했어요. 원래 학생 때부터 한국 말 배우고 있었거든요. 일본에서는 아동문학이 중학교 교과서까지 나와요. 그래서 아동문학에 관심 갖게 되고……. 학교 선생님하면서 아동문학 번역하고 있었어요. 계간으로, 자비로 책자도 내고 그랬거든요. 그랬더니 학교 일이 너무 바빠지고 양쪽 다 할 수 없게 되었어요. 낮에 학교 선생님하고, 밤에 번역하는 거 어느 한편으로 선택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어요.  나이도 40세나 되니까. 학교 선생님 포기하고, 완전히 그만 두고 한국에 오게 되었어요. 그 해에 「몽실언니」를 텔레비전에서 하고 있었어요. MBC에서. 그 전에도 권정생 선생님 이름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구체적으로 작품 읽어 본 것도 아니고. 그 다음 해에 관심이 가서 직접 작가를 찾아가 보려고 안동에 내려갔거든요. 그 때 하회마을까지 가고 싶다고 하니 안내해 준다 해서 가는데, 버스 타고 가는 길에 6ㆍ25때 안동 사람들 많이 학살당했다. 죽임을 당했다.그게 「초가집이 있던 마을」에 나온 사건이다 그랬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등장하는데 그 아이들이 다니던 초등학교 앞을 지나갔거든요. 근데 그 학교가 작품의 무대다 했거든요. 그래서 「초가집이 있던 마을」이 어떤 작품일까? 해서 서울로 와 가지고 분도출판사 거, 빨간 표지 그거 사 가지고 보았습니다. 그게 제 마음에 들었거든요. 「몽실언니」와 비교해 보았는데 「몽실언니」는 남녀 문제, 아버지 어머니 애정 문제 꽤 많이 들어 있어요. 그거에 비해서 「초가집이 있던 마을」은 그런 거 없거든요. 「초가집이 있던 마을」은 순수하게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이 겪었던 6ㆍ25 이야기, 민족의 민족적인 비극이다 할까요. 구체적으로 어린이들이 어떻게 피난 가서 피난길에 많이 죽고, 누나가 결혼하고 남편이 전쟁터에 나가고……. 일본 사람들은, 어린이는 6ㆍ25도 모르고, 어른들도 완전히 몰랐던, 그 시대의 이웃 나라 현실에 대해서……. 특히 전 「몽실언니」보다 좋게 보았거든요. 다만 「몽실언니」는 제가 소개를 해 드리고, 교포 아주머니가 지금 번역을 완성했어요. 교토출판사에서 이번 여름에 나오거든요. 작품이 좋다 나쁘다 하는 게 아니거든요. 양쪽을 다 잘 쓰시고 그랬는데…….

◈어린이문학 ː권정생 선생님께서 6ㆍ25를 다룬 동화로는 「초가집이 있던 마을」말고도 「몽실언니」「점득이네」도 있는데 왜, 굳이 「초가집이 있던 마을」을 선택하셨나요? 그 이유가 이 작품의 가치라고도 말할 수 있겠는데요…….

◈나까무라 ː민족의 큰 고통을 일본의 아이들에게도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뭐가 좋을까 하다 이 작품이라고 보았거든요. 그런데 「점득이네」는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는 떨어집니다. 주제에 대한 작가의 힘이 약하다고 생각하고, 「몽실언니」는 소녀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지 않고 그러면서 다시 일어서서 살아가는 거 아주 감동적이죠. 다만 남녀 이야기, 어머니 아버지 부부 사랑 이야기가 역시 중요한 부분으로 되어 있어요. 그건 사실이예요. 제 목적으로는 순순하게 6ㆍ25가 아이들에게 있어서 어떤 것이었는가? 그런 걸 원하고 있었어요. 6ㆍ25만으로도 슬프고 참기 어렵고 그런 건데요, 아이들 입장에서. 그런데 아빠 이야기에다가 그것 때문에 고통 받고 하는 게 「몽실언니」에는 많이 있거든요.

◈어린이문학 ː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요, 표준말이 아니고 안동 지방 고유의 사투리가 많이 나오잖아요. 이런 말은 일본 말로 번역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일본말로 적당한 게 없을 거 같거든요.

◈나까무라 ː문학 작품을 번역할 때 어느 나라 거 해도 부닥칠 문제거든요. 미국 거 할 때도 그렇고요. 안동 사투리 할 때는 어린이도서연구회 유성희 편집국장이 안동 분이라서 많이 배웠어요. 그걸 일본 어느 지방 사투리로 하는냐는 정말 어려운 문제거든요. 이걸 일본의 어느 특정한 지역 사투리로 번역해 버리면 안 되는 거예요. 표준말이 아니면서 어느 지방인지 잘 모르게, 어딘가 사투리 다운 일어로 만드는 작업이거든요. 그게 잘 안되었어요. 그게 보통 작업이 아니예요.

◈어린이문학 ː그런 어려움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초가집이 있던 마을」은 우리 아이들도 그런 말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읽을 때 어려움이 많거든요. 또 사투리를 번역하면 이 동화가 주는 느낌 같은 게 많이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나까무라 ː그거야, 어떻게 보면 번역의 한계입니다. 정말 진짜 느끼고 싶으면 한국 판을 읽어 봐라 해야죠. 그런 거거든요, 말이라는 게. 그래도 잘된 번역하고 잘못된 번역하고 있긴 있어요. 그래서 잘 되도록 노력을 했습니다.

◈어린이문학 ː삽화도 쉽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용에 맞춰서 한국적인 것을 표현해야 할 테니까요.

◈나까무라 ː일본인 화가 아주머니가 했어요. 표지는 많이 신경 썼는데 안에 들어가 있는 삽화는 한국적인 분위기, 냄새 나게 하려고는 했어요. 한국 거 한 번도 그린 적이 없는 화가거든요. 그 회사가, 출판사 관점이 여태까지 이름 있는 화가는 쓰지 않고 새로운 분으로 개척하자고, 그런 마음으로 하는데……. 어떻게 보면 좋은 거죠. 삽화나 표지는 마음대로 하시라고, 제 역할은 번역하는 거고 삽화를 결합시키는 것은 출판사의 몫이거든요. 아무 말 안 했어요. 그것까지 작가가 신경 쓸 수는 없다고 봐요.

◈어린이문학 ː이 동화는 한국 역사를 다룬 거라서 일반적인 동화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어린이들은 한국 역사를 잘 모를 텐데 「초가집이 있던 마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하나요?

◈나까무라 ː기본적으로는 내용이 내용이니까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아니면 어렵습니다. 역시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다만 이 작품이 잘 되어 있어서 특별한 설명 없이 상황에 따라서 편안하고 또 심각하게 느끼게 되고……. 주인공 아이들이 전쟁이 어떤 것인가를 6ㆍ25 이삼 일 후에 실감 나게 느끼게 되거든요. 배고프고 다리 아프고, 처음에는 소풍 가는 기분으로 즐겁게 가는데……. 그 과정을 아주 리얼하게 잘 그렸고 불필요한 장면이 하나도 없이 완벽하게 그렸으니까……. 특별하게 그 뭐 이데올로기적으로 북이 나쁘다, 남이 나쁘다 그런 게 아니거든요. 현실을 그대로 그린 거라서 쉽게 이해하리라 봐요. 그리고 제 입장으로는 작년에 6ㆍ25를 다룬 단편들을 모아 번역해서 냈거든요. 그 때는 제가 6ㆍ25란 어떤 전쟁이었는가 그 해설을 좀 길게 썼거든요. 거기서 한 번 길게 썼으니까 여기선 없어도 된다고 보았어요.

◈어린이문학 ː「초가집이 있던 마을」이 지난 12월에 나왔지요? 이젠 읽은 사람들의 반응이 있겠네요.

◈나까무라 ː네. 조금 들었어요. 일어로 동화 쓰는 교포 아주머니는 울었다고, 많이 울었다고 했어요. 일본의 이름 있는 작가에게 보내 줬더니 괜찮다 했어요. 읽으면 값어치, 질을 금방 알 수 있어요. 도쿄 가나가네 현에 있는 아사히 신문이 문학 기사로 소개해 주었고, 고마운 일이고, ‘일본 아동문학’이라고 제가 속해 있는 곳이 있거든요. 거기 기관지 3월호에 소개가 됐죠.

◈어린이문학 ː마지막으로 한국 아동문학을 연구하면서 우리 아동문학의 수준을 어떻게 보았는지, 《어린이문학》을 어떻게 보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나까무라 ː어렵죠. 생각이 많이 앞서가고 있고, 표현, 그리고 문학적인 승화, 완성도(일반적인 이야기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높지 않다 그런 느낌이 들고. 그러면 기성의 아동문학협회 것은 잘 돼 있는가 하면 그 쪽도 생각이 새롭지 않고……. 저는 앞으로 잘 되리라고 봐요. 제가 생각하는 문학적인 수준은 뭐 간단해요. 감동, 그것밖에 없다고 봐요. 그 작품 언제까지나 잊을 수 없고 정말 감동이 깊어서 오래오래 잊지 않고 남에게도 소개하고 싶고. 그런 작품들 앞으로 30, 40대가 쓸 수 있으리라 봐요.

◈어린이문학 ː귀한 시간 내 주시고,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은 《어린이문학》1999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어린이문학》편집부에서 나까무라 선생님과 대담을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