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문학》

《몽실언니》의 번역을 끝내고
변기자 / 재일 조선인 번역가

처음 뵙겠습니다. 여러분을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은 《몽실언니》를 번역하면서 느꼈던 점을 몇 가지 말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이 작품이 출판되었던 시기와 작가의 용기에 대해서입니다. 잘 알고 계시듯이《몽실언니》는 1984년에 출판되었습니다. 이 시기, 한국은 군사 정권 아래 있었고, 민주화 투쟁이 활발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민주세력을 누르려는 힘도 그만큼 컸던 것이 물론입니다. 이러한 시기에 남북을 한시야에 넣고, 더군다나 공평한 입장에서 작품을 쓰고 발표하는 데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 때까지도 인민군이 등장하는 작품은 있었겠지만, 그 대다수는 '적'이었고 '살인마'이기만 햇습니다. 그러나 작품 속에 '착한 여자 인민군이나 청년 인민군 병사'를 등장시킨 것에서 권정생 선생님만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몽실언니》를 창작, 발표할 때에 작자에게 대단한 용기가 필요햇을 테고, 저희들에게도 이렇듯 용기 있는 작품이 필요하다는 것을 통감했습니다.
   두 번째, 이 작품은 우리들에게 우리 나라의 남쪽에 있는 '몽실이'처럼, 북에 잇는 '몽실이', 어쩌면 일본에 있을지 모르는 '몽실이'를 잊지 말아야 함을 일러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몽실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우리들도 모두 함께 만날 수 있도록 간절히 바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곧 작자의 조국통일을 향한 마음이고, 우리들 소원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몽실이와 거의 같은 또래인 나는, 한국전쟁을 지식만으로가 아니라 실감으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몽실언니》를 읽는 동안 전해져 오는 몽실이의 숨결이나, 전쟁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면서, 역사책과 자료에는 없는 문학 특유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네 번째로, 재일동포가 긴 시간 동안 《몽실언니》의 존재를 몰랏던 것처럼, 한국에서는 우리 재일동포를 그다지 생각하고 잇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우리 나라 작가가 쓴 작품 가운데 재일동포 문제, 재일동포가 등장하는 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동시에 일본에서 발표되는 작품 가운데에서, 재일동포가 등장하는 좋은 작품이 점차 한국에도 소개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만나는 이 자리가 서로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어린이문학》2000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