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부인 ‘똥’ 이야기

유내영

 

권정생 선생님의 등단 작품인 단편 〈강아지 똥〉은 1969년 발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읽히고 있는 동화이다. 그림책(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1994)으로도 출판되어 유아들과 함께 어른들도 관심을 가지고 읽으면서 폭넓은 독자층이 형성되었다.
  흰둥이가 돌담 밑에 배설한 똥(흰둥이가 강아지이니까 강아지똥이다)이 참새에 의해 자신이 무능력하고 쓸모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슬픔에 젖지만, 흙덩이를 만나 “아니야, 하나님은 쓸데없는 물건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어. 너도 꼭 무엇엔가 귀하게 쓰일 거야.”라는 말을 듣고 위안을 받는다. 엄마 닭에게 다시 좌절감을 맛보지만 민들레 싹을 만나, 싹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져 거름이 되고, 마침내는 아름다운 민들레꽃을 피우게 된다는 이야기다.
  작가는 자신의 처절하고 불우한 삶과 기독교에 귀의하면서 사(死)에서 생(生)으로 이어지는 자신의 삶을 그대로 글로 옮겼다. 권정생은 《무명저고리와 엄마》 (다리)책 머리말에서

“거지가 글을 썼습니다. 전쟁마당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얻어먹기란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어찌나 배고프고 목말라 지쳐 버렸는지, 참다못해 터뜨린 울음소리가 글이 되었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강아지똥은 다름 아닌 사회의 밑바닥에서 고통받는 자신이었던 것이다.
  “똥똥똥…… 에그 더러워!” 하며 날아가 버리는 참새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엿본다. 아이엠에프로 인한 실직으로 파산한 가정들이 얼마나 많은가. 따박 따박 월급봉투 가져다 주다 어느 날 찾아온 실직으로 거리에 나앉은 가장들. 지하철 역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사람들. 이들을 보는 우리들의 시각이 참새의 그것과 닮아 있지 않은지 반성해 본다.
  똥은 우리가 살기 위해 꼭 배설해야만 하는 우리 몸의 일부다. 방황하는 그들 또한 한국이 살기 위해 구조조정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일부이다. 똥이 흙덩이에게 위로를 받았고, 민들레꽃을 피웠듯이 그들에게 위안을 줌으로써 새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할 일은 과연 무엇일까? 관심을 갖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는 말처럼, 관심의 눈을 넓혀 우리의 이웃을 잘 살펴보는 자세부터 가져야 될 것이다.
  부유한 아이들, 어려움을 모르는 아이들이 이 동화를 읽고 느끼는 감동 지수는 아주 적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가 함께 읽으면서, 내 친구에게 닥칠 수 있고, 내 이웃에 있을 수 있는 어려움을 일깨워 준다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세상은 우리와 이웃이 모두 함께 살아 가야하는 곳이니까.
  학교에서 주는 급식으로 점심이나마 해결했기에 방학이 싫다는 아이들, 부모의 실직으로 내버려진 아이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늘 상기하고, 그들도 우리 안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 강아지똥 같은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때다.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시는 권정생 선생님!
더욱 건강하셔서 더 좋은 동화 많이 들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동화읽는어른》2001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유내영 회원은 당진 동화읽는어른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