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선생님 만나고 온 자랑

박기범

지난 토요일. 안동 조탑마을 선생님 댁. 얼마나 떨렸나 모른다. 떨며 떨며 선생님께 겨우 건넨 한 마디는
  "선생님, 얼굴 정말 뽀얘요. 고와요."
  선생님은 어이구 하면서 무슨 말을 그렇게 애기같이 하느냐며 웃었다. 아직도 어린 애 같다고, 우리 같은 때에 전쟁 겪고 살았으면 그래서 어떻게 살았겠냐며. 선생님 얼굴 환했다.
  자꾸만 선생님을 만져보고 싶었다. 선생님 얼굴에 내 얼굴 대어보고 싶고, 선생님을 가만 안아보고 싶었다. 안동 시내로 나가려 일어설 때 두근두근 마음을 다잡았다. 온 마음은 선생님을 한 번 꼬옥 껴안아봐야지 하는 생각만 가득. 그렇게 때만 살피며 머뭇거렸지만 끝내 그러지는 못했다.
  안동으로 차를 타고 나가는 길. 선생님과 나란히 뒷자리에 앉았다. 부끄럽고, 수줍어 쭈뼛쭈뼛.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말했다. 지금 너무 너무 떨린다고, 어느 예쁜 여자 옆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어쩌지 못하고 속으로는 손 한 번 잡아 봐야지 하면서 두근두근 한다고 말이다. 선생님은 웃고, 나는 얼굴이 빨개지고. 선생님은 내 손을 가만 잡아주면서 웃는 말을 하셨다. 요즘은 남자끼리 그러면 안됩니더. 하지만 잠깐 손을 잡아주고는 다시 제 자리. 나는 그 차안에서 어떻게 하면 선생님 손을 더 잡아보나 하고 눈치만 살폈다. 속마음 감추고 있으니까 더 떨리기만 했다.
  다시 조탑으로 돌아오는 길. 선생님은 자꾸만 어린애를 보는 양 웃어 말씀하시고. 나는 생각 생각을 하다가 용기를 내었다.
  "선생님도 어렸을 때 이런 놀이 해 보셨어요?"
  나는 선생님의 손을 빼앗아 와서 손바닥에 글씨를 썼다.
  "여기에 뭐라고 쓰나 알아 맞추시는 거예요."
  '선생님 예뻐요' 하고 썼다. 그 다음에는 '선생님 건강하세요'. 선생님은 예뻐하는 눈길로 보아주셨다. 그 때부터는 손을 놓지 않고 왔다. 손도 만지고, 팔뚝이며 어깨도 가만가만 주물렀다.
  마지막 인사하는 길.
  "선생님 저 한 번 안 안아줄 거예요? 아우우. 한 번만 안아주지."
  나는 팔을 벌리고 떼를 썼다. 선생님은 크게 웃더니 품에 꼬옥 안아주셨다. 그리고는
  "아이이, 정말. 박기범 선생님은 아주 1학년 아이네요. 이거 꼬추는 있는가"
  선생님 손이 내 바지춤으로 닿아왔다. 나도 선생님 얼굴에 내 얼굴을 대었다. 장난으로, 부끄러움으로 행복하게 웃었다. 꿈같다.▣ (이 글은 《굴렁쇠》어린이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2001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