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가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한국 그림책 시리즈 제 2탄『오소리네 집 꽃밭』발간

키도 노리코

 

  "어느날, 아이가 민들레를 보고<저 꽃도 강아지똥 덕분에 폈어요?>하고 물었다. " "여태껏 들어보지 못했던<아이고>가 우리집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 작년 가을『강아지똥』이 일본에서 그림책으로 나온 후, 한국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강아지똥』으로 어린이들이 연극을 꾸미기도 하고, 독서회가 결성되는 등 착실하게 그 저변이 넓어져 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같은 작가의 그림책『오소리네 집 꽃밭』이 나왔다.
  아시아 아동문학이 걸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아동문학가이며 작가인 키도 노리코씨에게 들어보았다.

   "최근 한국 아동문학과 그림책이 일본에 소개되고 있는데, 아주 반가운 일이다" 이런 평론이 자주 눈에 띈다. 그럴 때마다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 한 구석으로는 '참 쉽게 말씀하시네'하고 약간 삐딱한 생각도 한다.
    한국과 일본간의 어린이 책 교류가 얼마나 험난하고 위태로운 길을 걸어왔는지, 극소수의 사람들이 얼마나 피나는 노력과 정열을 기울여 그 길을 열어왔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아지똥/ 권정생 글 / 정승각 그림』이 작년 가을 평범사(平凡社)에서 번역 출판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번역자 변기자(卞記子)씨와 함께 겪어왔기 때문이다.
   물론 아시아 일반문학의 번역소개가 걸어온 발자취와 겹쳐지기도 하지만, 나라를 초월한 보편적 주제가 담긴 아동문학 분야에서도 원래 탈아입구(脫亞入歐)경향이 강한 출판사의 벽은 높기만 했다. 우리의 『강아지똥』이 부딪힌 벽도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아시아 작품 출판에 관심이 있다고 여겨지는,  어린이 책으로 이름 높은 몇몇 출판사에 작품을 보냈지만, 한결같이 거절의사를 밝혔다. 특히 어린이 책의 경우 심각한 출판계의 불황과 영업 쪽의 판단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현 시스템 속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곳도 아닌 바다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나라에서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아름다운 그림책을 일본 어린이에게 번역 출판할 도량이 이리도 없는 것일까 ?
   그러나 이 그림책의 가치를 가장 먼저 인정해준 것은 바로 어린이들이며, 어린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변기자씨와 내가 『강아지똥』원문에 번역문을 달아 들고 다닐 때부터 어린이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마치다(町田)의 책읽는 모임 <삐삐롱스타킹>에서는 출판을 호소하는 서명을 모으겠다고 발벗고 나서주었다. 그리고 하스다(蓮田)의 독서회에서는 '원문과 번역문을 들고 다니며 아이들에게 읽어주겠다'는 격려의 말도 해주어 감격했다. 이밖에 이 그림책을 한눈에 사랑하게 된 사람들의 힘이 모여 마침내 평범사의 젊은 편집자 손에 원고가 들어갔다. 그림책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편집자는 출판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고, 마침내 한 송이 커다란 민들레가 피어나듯이 그림책이 출판되었다(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그녀가 강아지똥이 된 느낌인데 부디 용서하시길).     
    2000년 9월 출판된 이후 『강아지똥』은 순조롭게 재판을 거듭하고 있고, 권정생 글/정승각 그림/변기자 번역의 그림책 『오소리네 집 꽃밭』도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여기서 만세라도 부르고 싶지만, 출판에 이르는 과정에서 새삼 편견으로 인한 장벽이 너무나 높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재일교포 2세인 번역자 변기자씨가 권정생씨와 편지나 전화로 친밀하게 소식을 주고 받으면서도, 북한 국적인 관계로 한국에 직접 갈수 없어서 권정생씨와 만날 수 없는 조국의 분단상황, 또한 한일간 문화교류를 방해하는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얼토당토 않은 역사왜곡 교과서와 채택문제등 아직 쾌재를 부르기는 이르다는 느낌이 든다.
   한일 어린이 책 교류가 거의 없던 무렵, 이 일에 혼자 뛰어들어 고베(神戶)에 '어린이회'를 만들고 활동해오신 연구·번역자인 나카무라 오사무(仲村修)씨, 재일 아동문학자인 한구용(韓丘庸)씨 등의 노력에 힘입어 오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교토의「소인사(素人社)」, 요코하마의「테라인크(てらいんく)」,토쿄의「신칸샤(新幹社)」등 비록 규모는 작지만 그 뜻은 높은 출판사가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며 의욕적으로 책을 내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들은 월드컵 공동 개최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한국 그림책에 주목한 것이 아니다.
   뛰어난 작가, 솜씨있는 그림책 작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수준 높은 그림책이 이웃나라에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그림책도 놀랄만한 수준의 작품이 많다. 좋은 일본어 번역을 통해 그런 그림책과 만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만남의 시기가 어린이시기라면 그 나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의식을 갖는 일은 없을 것이다(물론 한국 어린이들도 일본의 좋은 책을 읽기를 바란다). 이는 또한 역사왜곡 교과서 같은 것에 대항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작년 한국에서 독서운동을 하고 있는 여성 15명 정도가 일본에 왔을 때, 문고와 도서관을 안내할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들 아주 의욕적이고 활발하며 어린이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정신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분들이었다. 그분들에게 존경하는 작가를 물었더니 역시'권정생'이라고 대답했다. 지금 한국 어린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그림책 역시『강아지똥』이었다.  권정생씨의 작품은 나카무라씨와 변기자씨 그리고 출판사의 노력 덕분에 이미 장편『초가집이 있는 마을』(나카무라 오사무 번역, 요시무라 한나 그림, 테라인크, 1998년)과 『몽실 언니』(변기자 번역, 박민의 그림, 테라인크, 2000년)가 출판되었다.  두 작품 모두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혼신을 다해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그렸는데, 실로 인상 깊은 작품이다. 『몽실 언니』는 한국에서 90년에 TV드라마로 상영되어 호평을 받았으며 아동문학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한편 안동의 한 마을에 혼자서 생활하고 계시는 작가는 아주 겸허하고 조용한 성격인 것 같다. 강아지똥처럼 가장 낮은 취급을 받는 존재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살릴 수 있는 작가이다.  앞의 두 장편도 발표 당시인 80년대에는 남과 북을 인간으로 같은 거리에서 그린 표현 때문에 정부의 검열을 받았다고 한다.
    권정생 원작으로 평범사에서 나온 두 번째 그림책『오소리네 집 꽃밭』을 손에 들고 나도 모르게 '멋있어 ! 역시 권선생다운 책이야 !"하고 외치고 말았다. 새로운 수묵화 기법으로 그린 정승각씨의 그림도 멋스럽고, 변기자씨의 번역도 따뜻하면서도 활기에 넘쳐서 좋다. 그리고 화단에 핀 화려한 꽃들보다 발 밑에 피어난 들꽃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무엇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다.
   오소리아줌마가 회오리에 날려가 떨어진 시장모습에는 서민들의 생활도 선명하게 담겨있다. 이런 오소리씨 부부같은 사람들을 언젠가 한국에서 만난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누구에게 선물할까 벌써부터 머리 속으로 그려본다.▣

 (이 글은 《월간백과》(평범사 광고잡지)2001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우리 회 외국동화분과에서 활동하면서 일문학 공부를 하는 박종진님이 우리말로 옮겨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