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권정생 글/ 신혜원 그림/ 도서출판 산하  
                

오  숙  자

 이 책은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로 하느님은 지금도 세상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질 때까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우리 곁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들게 사실 것이라는 작가의 믿음이 이루어 낸 글이다.
  이 글에서의 하느님은 권능을 가진 하느님이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점쟁이 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전도를 받아 교회에 나가기도 하는 등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가진 평범한 인간이기도 하고,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주위의 가난한 이웃으로 아들에게 생활을 의지하며 살아가고 아파서 앓아 눕기도 하며 쉽게 잘못을 비는 어린 아이와 같은 노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어떤 땐 우스꽝스럽게 보여지기까지 하는 하느님의 모습은 생소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으나 한편으로는 우리 가운데에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의 모습으로 살고자 하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가를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하게 한다.
  어느 날 하느님은 땅 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걱정이 된 나머지 아들 예수와 함께 이 세상에 내려온다. 하느님은 세상을 떠날 때, 사람들과 똑같이 아무 힘도 없고 어떤 기적도 일으키지 않기로 한다.
  하느님이 처음 세상에 내려오신 곳은 농촌이다. 강 건너 외딴 집에서 만난 윤씨 노인의 이야기는 젊은이들이 떠나가고 노인들만이 땅을 지키며 사는 어려운 농촌의 현실을 보여준다.

"기왕 나왔으면 서울로 가시구려. 요새 촌에서는 살기가 힘들어 우리 자식들도 다 나가고 늙은이 둘만 남았소."(26쪽)

그래서 하느님도 서울로 올라오지만 하느님의 삶 역시 농사를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온 많은  농민들이 그랬듯이 산동네에서 날품팔이로 가난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산동네 사 람들의 어려운 생활을 몸소 겪으며 힘겨워 하고 가슴 아파 한다.
  세상살이가 힘들어진 하느님은 과천 댁 할머니 손에 이끌려 점쟁이를 찾아가지만 사람들에게 원한을 산 일이 많아 살풀이 굿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비용 때문에 도리어 걱정만 한다.

"교회에 나오셔서 회개하고 하느님께 구하면 잘 살게 됩니다."
"……."(46쪽)

"높은 천장에는 번쩍거리는 꽃 등이 찬란하게 드리워졌고 앞의 강대상은 꽃단지와 번쩍거리는 십자가가 있고"(49쪽)

글쓴이는 오늘날 우리의 신앙이 기복 신앙에 빠져 있지는 않은 지를 염려하고 있다. 사람들이 꽉 들어 차 앉아 있을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화려하게 치장된 교회 안에서 한쪽 구석에 남아 있는 빈 의자에 쭈그리고 앉은 하느님의 모습은 교회 안에서의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교회에 가서도 하느님은 위로 받지 못했다.

목사님의 설교는 …중략… 모두가 기가 죽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교회에서 돌아온 하느님이 아들 예수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이 세상엔 왜 그리도 죄가 많은지 걸어 다니는 것도 이젠 두려워지는구나."(49쪽)

연탄 가스로 죽어 가는 이웃집 아이를 보면서도 아무런 도움도 줄 수가 없어 괴로워하던 하느님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세상 사람들의 믿음에 대해 실망하지만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은 인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아직도 이웃 사랑보다 기적만 바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제가 옛날에 기적을 보여 준 것이 잘못이었어요."
  예수님이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그걸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의 십자가 고통보다 사람들은 자기의 행복만을 위해 십자가를 이용하고 있어요."
  "나는 분명 자비를 원했지 제사를 받으려고 하진 않았는데, 불쌍한 아이들이 마음 놓고 살아갈 집도없으니……"
  "아버지,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이 세상 어딘가에 오히려 제 십자가 보다 몇 갑절 힘들게 이웃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164쪽)


  부모가 모두 일하러 나간 동안 자물쇠 채워진 방안에 내버려질 수밖에 없는 어린이들의 삶을 걱정하는 글쓴이는 텔레비전에서 본 세 쌍둥이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연탄가스에 희생된 여섯 살 난 봉수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어린이들을 진정 사랑하고 어린이들의 삶을 정말 걱정하며 아픈 현실을 드러내어 함께 생각해 보기를 글쓴이는 바라고 있는 것이다.
  살던 비닐 천막을 철거반에게 철거당한 하느님은 이북에서 피난 온 할머니 과천댁과 고아 공주와 함께 한 가족이 되어 강변에 천막을 치고 살아간다.
  리어카에서 채소를 팔다 경찰서에 붙들려 간 예수님이 풀려 나오던 날 당신이 세상을 만드실 때 아름다웠던 세상이 점점 흉하게 변해 가는 것에 분노하며 세상을 멸할 것을 생각해 보지만 실행하지 못한다.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서울살이에 익숙해진 하느님은 추석날 송편도 빚고 가족 나들이도 하면서 어려운 가운데 힘을 합쳐 살아가는 세상살이의 따뜻함을 경험한다.
  가난하고 슬픔 삶을 살아가는 우리 이웃이 도시의 철거민뿐이겠는가.
  때아닌 우박 때문에 고추 농사를 모두 망쳤어도 하늘을 원망할 줄조차 모르는 윤씨 노인, 아름답고 순수한 마음을 가진 고아 소녀 공주, 북녘에 두고 온 가족을 잊지 못한 체 살아가는 인정 많은 과천댁 할머니……. 모두 어려운 가운데에도 따뜻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과천댁 할머니가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며 통곡할 때 하느님은 분단된 조국에 살고 있는 이 땅의 사람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통일이 되는 날까지 이 땅에서 참고 살아가기로 한다.
  '더 이상 하느님을 슬프게 하지 않게 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민족의 현실이나 이웃의 어려움에 등 돌리지 않고 서로 사랑하고 함께 돕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느님은 가장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가 소외된 이웃에 대해 모르는 척하는 것은 곧 하느님을 모르는 척하는 것이 된다'는 사실들을 글쓴이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하느님은 무엇이든 다할 수 있고 잘못하면 우리를 벌주시는 무서운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들처럼 걱정하고 후회하고 두려워하고 슬퍼한다는 사실 때문에 하느님이 친구같이 느껴져서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의 반응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어린이와 어른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좋은 책이다.▣(이 글은 《동화읽는어른》1996년 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